회식중 女검사에 입맞춤 요구 수사중 피의자와 성관계 까지 잇단 성추문에 위상 점점 추락 왜곡된 성문화 내부서도 자성론
‘여란검(女亂檢).’ 무협지 절대 신공 주인공이 휘두르는 ‘칼’ 얘기가 아니다. 검찰 얘기다.
검찰이 여란(女亂)에 빠지면서 날카롭디 날카로운 ‘여란검’에 깊이 베이고 있다. 검찰 일각에서 성폭행ㆍ추행 등 추문이 잇따르면서 검찰 내부는 자성론까지 일고 있다. 여론의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왜곡된 성문화’를 바로잡지 않으면 검찰의 위상은 점점 추락할 것이라는 경고음까지 나돈다.
검찰에서의 성 문제와 관련한 잡음은 어제오늘의 얘기는 아니다. 지난 2010년 말부터 성폭행ㆍ추행 등으로 인해 생긴 문제만도 8회에 달한다. 이쯤 되면 조심, 조심할 때도 됐으련만 공안ㆍ선거ㆍ노동 수사의 ‘현장 사령탑’과 다름없는 서울중앙지검 이진한 제2차장이 또 말썽을 일으켰다. 그에 대한 징계도 너무 약해 논란이 점점 확산되고 있다.
대검찰청 감찰본부(본부장 이준호)는 술자리에서 여기자들을 성추행한 이 차장검사에 대해 ‘감찰본부장 경고’ 처분을 내렸다고 지난 14일 밝혔다. 경고는 징계 아래 단계로, 징계할 만한 사항이 아니라고 판단했다는 뜻이다. 하지만 성추문에 대한 그동안의 징계에 비해 이번엔 수위가 낮아 뒷말이 커지고 있다.
검찰이 성 스캔들과 연루되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10년 PD수첩이 ‘검사와 스폰서’편을 방송하면서부터다. PD수첩은 박기준 당시 부산지검 검사장 등 검사들이 성 접대를 받았다는 건설업자의 폭로를 방송하면서 성 스캔들로 비화될 조짐을 보였다.
특별검사까지 선임돼 수사를 받았던 이 사건은 그러나 공소시효 만료 등을 이유로 박 전 검사장에 대한 기소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용두사미로 끝났다. 법무부는 박 검사장 등 2명을 징계했지만 징계 사유 중에는 성 접대 내용은 빠져 있었다.
하지만 검사들의 성추문은 계속됐다. 지난 2011년에는 술에 취한 채 신임 검사들과 회식을 하다가 여검사 2명에게 뽀뽀해 달라고 요구한 법무연수원 손모 검사가 뒤늦게 적발돼 견책 처분을 받기도 했다.
같은 해 10월에는 검사직무대리 실무 수습 중이던 여검사와 노래방에서 부적절한 신체 접촉을 한 구모 광주지검 검사가 적발돼 해임됐다. 또 다른 검사직무대리들과 노래방을 찾아 블루스를 추자고 하는 등 무리한 요구를 한 박모 서울고검 검사도 적발돼 감봉 2개월 처분을 받았다.
2012년에는 여기자 2명에게 뽀뽀해 달라는 등 성추행을 한 최모 서울남부지검 부장검사가 정직 3개월 처분을 받은 후 광주고검으로 발령났다. 최 부장은 이후 사표를 제출했다.
같은 해 12월에는 여성 피의자와 강제로 성관계를 가진 혐의를 받고 전모 서울동부지검 검사직무대리가 해임되는 초유의 사태도 벌어졌다. 이 사건으로 석동현 당시 동부지검장이 사퇴했으며, 이후 해당 여성 피의자의 인적 사항을 유출한 검사 5명의 징계로까지 이어졌다.
지난해에도 성추문은 계속됐다. 2월에는 중앙지검 소속 이모 검사가 노래방에서 여성 국선전담변호사의 배를 만져 품위 손상을 이유로 견책 처분을 당했다.
9월에는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내연녀 및 혼외자 의혹이 불거지면서 감찰이 시작돼 채 총장이 사퇴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검찰총수도 ‘여난(女難)’을 벗어나지 못한 셈이다.
문제는 이렇듯 사고가 빈발하고 있지만 검찰 조직문화는 크게 바뀌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 차장은 지난해 12월 26일, 송년 회식자리에서 여기자들에게 “뽀뽀하고 싶다”고 말하는 등 성추행을 하다 경고를 받았다. 특히 유사한 검사 성추행 관련 징계가 적어도 ‘견책’ 이상이었던 반면 이 차장의 경우 징계로 보기 어려운 ‘경고’에서 그쳤다는 점에서 “제 식구 감싸기 아니냐”는 비난이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검찰의 잇따른 성추문을 ‘완장심리’에서 찾는다. 상명하복식의 강고한 검찰문화에서 오는 스트레스, 그것에 대한 일탈성 돌출이라는 시각도 내놓는다.
손석한 연세신경정신과 원장은 “성적인 문제가 없던 정상적인 사람도 권력을 쥐면 아무 여자나 자기에게 충성을 바칠 수 있다고 착각하기 쉽다”며 “어느 정도 위치까지는 욕구를 참다가도 높이 올라가 견제장치가 사라졌다 싶으면 독단적 행동을 벌이게 되는 것 같다”고 풀이했다.
김재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