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허연회 기자]의사협회가 의료영리화 관련 국민여론을 조사한다고 조사역사 40년 전통의 한국갤럽을 통해 모두 1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고 합니다.
결과는 당연히 의사들에게 유리한 쪽으로 나왔습니다. 그랬으니 기자들에게 보도자료랍시고 보냈겠죠.
그런데 그 내용을 보면 정말 웃기지도 않습니다.
무슨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설문도 아니고.
40년 전통의 한국갤럽은 대체 어떻게 이런 설문을 진행했는지 전혀 이해할 수 없습니다.
모두 12개 문항으로 진행된 이번 설문의 질문부터 나열해 보겠습니다.
문1) 핸드폰 등을 활용한 진료의 경우, 의사에게 환자의 상태 파악, 전달이 제한되어 오진 등 사고의 위험이 있다는 의견이 있는데, 이에 대해 동의하십니까, 아니면 그렇지 않습니까?
문2) 병, 의원이 가까워서 의사와 직접 대면진료가 가능한 경우에도 핸드폰 등을 활용한 진료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 아니면 그렇지 않습니까?
문3) 핸드폰 등을 활용한 진료의 오진 가능성과 안전성에 대해 아직 시범사업을 통한 정책 검증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데요,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문4) 정부 방침과 같이 병원에 영리를 추구하는 별도 자회사를 설립하도록 허용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아니면 그렇지 않습니까?
문5) 병원이 진료 외에 숙박업, 화장품 판매, 건강식품 판매 등 다른 방법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것에 대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문6) ○○님께서는 의료영리화에 대해 동의하십니까, 아니면 그렇지 않습니까?
문7) 병원의 별도 자회사 운영이 (i) 거대자본이 투입되어 영리를 추구하게 되고, (ii) 자회사가 비영리인 병원을 지배하여 영리를 추구하게 하는 역전 현상이 발생하여, 영리화의 원인이 된다는 의견이 있는데요, 이에 동의하십니까, 아니면 그렇지 않습니까?
문8) ○○님께서는 의료의 공공성 강화가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아니면 그렇지 않습니까?
문9) 병, 의원 이용 시 만일 본인이 부담하는 진료비가 줄어든다면, 그에 상응하는 건강보험료 인상에 동의하시겠습니까, 아니면 그렇지 않습니까?
문10) 정부의 의료정책 추진과정에 관련전문가와 이해관계자, 국민 등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의견이 있는데요, 이에 동의하십니까, 아니면 그렇지 않습니까?
문11) ○○님께서는 우리사회가 민주적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아니면 권위적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문12) 의사협회는 정부가 원격의료와 영리병원을 계속 추진한다면 총파업까지 하겠다고 나섰는데요, 이에 대해 찬성하십니까, 아니면 반대하십니까?
어떻게 대한민국 지식인들이라 할 수 있는 의사들이 이렇게 멍청하고 한심한 설문을 할 수 있을까요?
문1을 보겠습니다.
일단 “핸드폰 등을 활용한 진료의 경우, 의사에게 환자의 상태 파악, 전달이 제한되어 오진 등 사고의 위험이 있다는 의견이 있는데...”라며 이미 부정적 인식을 내비치고 답을 구합니다. 당연히 동의할 국민이 어디있겠습니까? 그래 놓고 물어봅니다. “이에 대해 동의하십니까, 아니면 그렇지 않습니까?”
동의할 수 없죠.
문2도 마찬가지입니다.
“병, 의원이 가까워서 의사와 직접 대면진료가 가능한 경우에도 핸드폰 등을 활용한 진료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라고 묻습니다.
정부는 병, 의원이 멀어서 의사와 직접 대면진료가 가능하지 않을 경우 원격진료를 허용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런데도 이런 설문을 합니다.
문3도 아주 유치한 수준입니다.
이렇게 질문합니다.
문3) 핸드폰 등을 활용한 진료의 오진 가능성과 안전성에 대해 아직 시범사업을 통한 정책 검증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데요,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아니 국민을 바보로 생각하고 있나봅니다.
우선 “핸드폰 등을 활용한 진료의 오진 가능성과 안전성에 대해 아직 시범사업을 통한 정책 검증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데요”라는 전제를 깔고, 답을 구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답은 좋게 생각할 수 없겠죠.
11개 문항이 모두 국민들을 우롱하는 수준의 설문입니다.
마지막 설문은 그나마 중도적이고, 적절한 질문입니다.
마지막 질문은 “문12) 의사협회는 정부가 원격의료와 영리병원을 계속 추진한다면 총파업까지 하겠다고 나섰는데요, 이에 대해 찬성하십니까, 아니면 반대하십니까?”라로 물었습니다.
국민들은 답합니다.
반대한다고. 전체 응답자의 56.2%가 반대한다고 합니다. 매우찬성과 찬성하는 편이다라고 답한 응답자가 전체의 39.2%입니다.
이런 설문을 한 의사협회 그리고 40년 전통을 자랑하는 한국갤럽이 돈 때문에 이렇게 국민을 우롱하는 설문을 덜컥 받아들여 1500명에게 전화하고, 설문을 회수했다는 것 자체가 참으로 어이 없습니다.
대체 대한민국 의사들은 대한민국 국민들, 그리고 환자들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 건지요?
답답할 뿐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