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취조실. ‘스모킹건(결정적 증거)’이 피의자 앞에 놓이게 됐을 때, 반응은 두가지로 나뉜다. 눈물을 흘리며 ‘사죄’를 하는 부류와, 누군가가 나를 모함하고 있다며 결백을 주장하는 부류. 지난 16일 의원직을 상실한 민주당 신장용 의원은 확실히 후자에 가까운 것으로 보인다.
신 의원은 자신이 의원직을 상실하자 별도 자료를 내고 ‘포상금을 노린 선거꾼의 모략’, ‘선관위의 함정수사’, ‘비상식적 판결’을 이유로 꼽았다. 억울함이 절절하게 묻어났다. 억울함이 있다면 풀어주고 싶었다. 대법원에 판결문을 요청했다. 결론은? ‘확실한 후자’다.
판결문을 요약하면 사건의 처음은 선거가 끝나고 한달 뒤, 어느 술자리 푸념에서 시작됐다. 신 의원의 선거를 도운 자원봉사자 A씨가 ‘도와주면 돈을 주겠다더니 안준다’는 불만을 털어놨고, 이를 들은 다른 인사의 권유로 A씨는 선관위를 찾는다. 선관위는 ‘증거 불충분’으로 이를 반려했고, 이 때부터 A씨는 ‘녹취’를 모으기 시작했다. 때마침 신 의원은 A씨를 6월부터 지역사무소 직원으로 채용, 녹취 취합 작업은 수월했다.
현행 선거법상 캠프 자원봉사자에겐 돈을 줘선 안된다. ‘돈 안드는 선거’를 위해서다. 그런데 신 의원은 선거 후 A씨를 채용하는 방식으로 ‘사후 정산’ 편법을 썼다. 법정 쟁점도 이 부분이었다. 200만원 씩 2번에 걸쳐 A씨에게 입금된 400만원이 자원봉사에 대한 대가라는 검찰 측 주장(기부행위)과 채용 절차를 거쳤기 때문에 합법이라는 신 의원측 주장이 부딪쳤다.
법원은 검찰 측 주장을 받아들였다. 여기엔 결정적 증거인 ‘녹취록’과 신 의원의 캠프 사무실에 근무했던 여직원이 A씨에 대해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 진술한 것이 크게 작용했다. 신 의원측 변론 요지는 녹취록을 증거로 채택해선 안된다는 것이 핵심이었다. 녹취록이 증거로 채택될 경우 신 의원의 유죄는 불가피했던 것을 유추할 수 있는 대목이다.
국회의원은 곧잘 ‘교도소 담장 위의 사람’으로 묘사된다. 불과 몇백표 차로 ‘천당(당선)’과 ‘지옥(낙선)’이 나뉘는 선거판에서 몇번 구르다보면 “내가 OO표는 만들 수 있다”는 유혹을 뿌리치기 어려울 때도 있다. 그렇게 어렵게 당선된 후 직을 상실케 됐을 때는 하늘이 무너지는 느낌도 들 법 하다.
그러나 잘못에 대한 사과 대신, “오로지 지역주민과 수원시민을 위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열심히 뛰었다”고 호소하는 그의 자료에선 최소한의 ‘양심’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 “법과 원칙도 없는 부당한 판결에 항의한들 다 부질없는 노릇이고 이 모든 것이 보다 멀리 가기 위한 시련이라 생각하고 받아들이겠다”는 그의 말이 설득력을 잃은 까닭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