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조용직 기자]요즘 격투기는 특정국가뿐 아니라 세계 각국의 인기 스포츠가 돼 가고 있다. 북미 종합격투기 단체이자 세계 최대 규모의 대회인 UFC에 출전하는 선수들의 국적도 북미뿐 아니라 중남미, 아시아, 유럽을 아우른다. 그런데 이들 선수의 이름중에는 뜻하지 않게 민망하게 들리는 경우도 있어 이를 국내 중계하는 캐스터와 해설자들을 애먹이기도 한다. 성적인 의미를 연상시킬 때 주로 그렇다. 우리나라는 명품 브랜드 ‘○지 밀라노’가 국내 정식 수입되며 ‘보기 밀라노’로 표기를 바꿀 만큼 그런 데 민감한 편이다. 졸지에 관계자들을 고민에 빠뜨린 선수들의 이름 3개를 임의로 선정해 봤다.
▶무라드 보○디(Mourad Bouzidi)=K-1과 킥복싱 대회에 주로 출전하고 있는 선수다. 그는 지난 2006년 K-1 서울 대회로 메이저대회에 첫 입문했다. 대회 관계자들은 보도자료를 낼 때부터 고민했다. 국내 프로모션과 주최를 담당했던 티엔터테인먼트(현 칸엔터테인먼트) 관계자로부터 심각한 분위기의 상담 의뢰를 받았다. “이 선수 어떻게 하죠? 신인인데 이름이….”
기자는 관계자에게 “대회사에서 내는 모든 공식 자료에 ‘무라드 바우지디’로 하자”고 제안했다. K-1 당시 주관사인 FEG의 자료에는 ‘무라드 보우지디’였지만, 이대로는 위험했다. 외국어 표기시 장음처리를 하지 않는 원칙을 따를 언론사들이 ‘보○디’로 고쳐쓸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대회 당일 그의 변형된 이름이 우렁차게 호명되고서 대회 관계자들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헤나투 소브라우(Renato Sobral)=무려 UFC 라이트헤비급 챔피언까지 올랐으니 얼마나 자주 불리운 이름이었을까. 대회 중계진에 따르면 이 선수의 이름 때문에 작은 회의가 소집됐을 정도였고, 기사를 써야하는 기자들도 머리를 싸매야 했다. 미국에 거주중인 그의 이름을 현지 발음대로 하면 ‘레너토 소○랄’이다. 버터를 좀 더 먹인 발음인 ‘소브럴’로 우회한 기자들이 많았지만 그래도 독자들이 위험한 방향으로 연상하게 되는 것을 피할 길은 없었다.
이후 나온 해결책은 의외로 간단했다. 그의 국적인 브라질 발음을 따라 ‘헤나투 소브라우’로 표기하면 쉽게 풀릴 문제였다. 로날도가 아닌 후나우두, 실바가 아닌 시우바, 리오데자네이로가 아닌 히우지자네이루처럼 말이다. 하지만 해법이 풀리고나니 소브라우가 메이저무대인 UFC에서 멀어져버렸다. 그는 스트라이크포스를 거쳐 지난 해까지는 벨라토어MMA에서 활약하고 있다. 잠깐 다른 이야기 하나. 국내 여성들의 얼굴을 붉히게 만든 종합영영제 게브랄티의 원 발음은 지브럴티다.
▶이름 자체가 무려 ‘쌍욕(Ssang Yok)’=2005년 8월 현재는 사라진 입식격투기대회 코마(KOMA) GP에 출전하게 된 태국 무에타이 선수의 프로필이 대회 관계자에게 전해지자 관계자들은 배꼽이 빠져라 웃었다. 이윽고 심각한 표정으로 바뀌었다. 이름이 ‘쌍욕’이다.
현재 세계킥복싱연맹(WAKO) 산하 대한킥복싱협회(KAKO)의 공선택 사무총장은 당시 대회에서 송백호 대표와 함께 프로모터를 맡고 있었다. 공 총장은 당시 “이런 이름은 처음 본다”며 당황하면서도 기자의 ‘개명’ 조언을 뿌리쳤다. 재미있고 좋기만 하다며 그대로 가겠다고 했다. 기자는 이 선수의 영문 표기를 알지 못했던 터라 ‘생요크’ ‘썽역’ 등 대안을 주지 못했지만, 결과적으로는 네티즌들 사이에 큰 화제가 돼 ‘성공적인 노이즈마케팅’으로 마무리됐다.
▶그 밖에 더 민망한 이름들=세계 각국에서 열린 대회 기록과 선수 명단이 빼곡히 입력돼 있는 격투기전문사이트 셔독에는 더 낯뜨거운 파이터 이름도 많다. 사사 보○치, 발레리 보○스, 아나톨리 보○노프, 얀 카○랄, 자니 ○티, 에브게니 ○토프…. 그라치아 보○년도 있다. 물론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만 그렇게 들릴 뿐 각자 자랑스러운 이름임에는 틀림 없다. 국내 선수중엔 한국대회 WXF에서 김성희와 싸웠던 김종년이 있다. 이들 모두의 무운과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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