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수급자, 상해 혐의로 재판행
1·2심 징역형 집행유예
2심서 국선변호인 선정 청구했지만 기각
대법 “2심, 형사소송법 위반한 잘못”
[헤럴드경제=안세연 기자] 기초생활수급자가 국선변호인 선정 청구를 했음에도 이를 기각한 것은 위법하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빈곤 등 사유로 변호인을 선임할 수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법원이 직권으로 국선변호인을 선정해줬어야 했다는 취지다.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대법관 서경환)는 상해 혐의를 받은 남성 A(53)씨에 대한 사건에서 이같이 판단했다. 대법원은 “원심(2심)이 형사소송법 규정을 위반했다”고 지적하며 다시 판단하도록 사건을 인천지법에 돌려보냇다.
A씨는 2021년 5월, 인천의 한 도로에서 처음 만난 50대 여성과 그의 일행 2명을 폭행해 전치 2주의 상해를 입힌 혐의 등을 받았다. 택시 승차 시비가 범행 계기였다. A씨는 본인이 탑승하려던 택시에 피해자가 먼저 탑승하려고 하자 화가 난다는 이유로 택시 안으로 달려들어 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1심은 A씨에게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1심을 맡은 인천지법 형사1단독 김은엽 판사는 2022년 2월, 이같이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A씨가 과거에도 실형을 선고받는 등 10차례에 이르는 폭력 관련 전과가 있다”며 “다만 범행을 인정하고, 피해자들과 합의했다”고 양형이유을 밝혔다.
1심 결과에 대해 항소한 A씨는 2심 재판 과정에서 국선변호인 선정을 청구했다. 그러면서 본인이 기초생활보장법에 따른 수급권자에 해당한다는 소명자료를 제출했다.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빈곤 등 사유로 변호인을 선임할 수 없는 경우엔 법원이 반드시 직권으로 국선변호인을 선정해줘야 한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이를 기각했다. 그 결과 A씨는 2심 재판을 변호인 없이 홀로 대응했다. 2심 재판의 결과는 1심과 달라지지 않았다. 그대로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었다.
2심을 맡은 인천지법 5-1형사부(부장 강부영)는 지난 1월, “1심 판결 후 양형을 변경할 만한 특별한 사정변경을 발견할 수 없다”며 이같이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러한 원심(2심)에 형사소송법을 위반한 잘못이 있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기록에 따르면 A씨가 빈곤으로 인해 변호인을 선임할 수 없는 경우에 해당하는 것으로 인정할 여지가 충분하다”며 “그럼에도 원심(2심)은 A씨의 국선변호인 선정 청구를 기각하고, 공판 기일에 A씨만 출석한 상태에서 심리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어 “형사소송법상 2심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국선변호인 선정을 결정해 그 변호인으로 하여금 공판에 참여하도록 했어야 했다”며 “이를 기각한 채 공판을 진행했으므로 A씨가 방어권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했다”고 2심 판결을 깬 이유를 설명했다.
대법원 판결에 따라 A씨는 4번째 재판에선 국선변호인의 도움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단, 대법원도 A씨의 유무죄 여부 또는 형량에 관해선 판단한 게 아니다. 재판 결과는 달라지지 않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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