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 법제처서 최종 의견…경찰 판단 개입 각하 요건 불승인
법제처 심사 4개월여 소요…수차례 의견 나눴지만 소기 목적 못얻어
[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경찰이 ‘격무 해소’ 방안으로 추진했던 ‘사건 각하 요건 확대’ 방침이 법제처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좌절됐다. 법제처는 ‘개정 불가’ 이유로 상위법 충돌 등을 들었다. ‘검수완박(검찰수사권 완전박탈)’·‘검수원복(검찰수사권 원상복구)’ 등 사태를 거치면서 결국 경찰 업무만 늘어났다는 볼멘 소리가 나온다.
13일 경찰청 등에 따르면 법제처는 지난 4월 말께 경찰청에 고소·고발 사건 각하 요건 확대를 골자로 한 ‘경찰수사규칙 일부개정령안(행정안전부령)’ 일부에 대해 ‘불승인 회신’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청이 법제처에 제출한 개정안에는 사건 각하 요건 세가지가 담겼다. 첫번째는 ‘고소인이 수사에 불응할 경우’, 두번째는 ‘고소권 자격이 없는 사람의 고소인 경우’, 세번째는 ‘고소·고발이 수사할 공공의 이익 등이 없는 경우’ 등이다.
법제처는 경찰이 제시한 세가지 각하 요건 가운데 첫번째와 두번째 사안에 대해서는 승인했으나, 세번째 사안에 대해서는 ‘불승인’ 결정을 내렸다. 법제처는 상위법인 수사준칙과 상충한다는 점을 들어 경찰에 세번째 각하 요건에 대한 문구 수정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러차례 두 기관은 문구 수정 등 의견을 주고 받았지만 끝내 협의에 이르지 못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관계자는 “(법제처와의)협의 시간이 길어져서 세번째 규정을 제외하고 나머지 두 가지 규정에 대해 먼저 결론을 짓기로 했다”며 “세번째 규정은 추후에 좀 더 협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형사소송법 전문가인 김정철 변호사는 “고소 기간이 도과했다거나 재고소가 금지된다거나, 고소권자가 아닌 경우에는 당연히 각하할 기본적인 사유다. 이미 형사소송법에 써 있는 내용”이라며 “반면, 세번째는 경찰의 재량에 달린 판단 영역이었다. 판단이 개입하게 되면 수사 의무를 회피할 수 있는 영역이 넓어지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시행령 개정안은 사실상 ‘검수완박‘·‘검수원복’ 사건의 마지막 단추에 해당하는 사안이다. 사건 배경엔 검찰(법무부)과 경찰의 힘겨루기 역시 내포 돼 있다. 사건의 시작은 지난해 7월 법무부가 ‘수사준칙 개정안’을 입법 예고하면서부터다. 이 개정안은 국무회의를 통과해 지난해 11월 1일부터 효력이 발생했는데, 해당 안에는 그동안 경찰이 운영해왔던 ‘고소·고발 반려제(범죄수사규칙 50조)’를 폐지하는 방안이 담겼다. ‘고소고발 반려제’는 지난 2006년부터 실시됐다. 경찰은 연평균 170만건의 접수 사건 가운데, 12만건을 반려했다.
그러나 ’검수원복’ 제도 실시와 함께 ‘고소·고발 반려제’가 폐지되면서 각종 악성 민원을 포함 연간 10만건이 넘는 사건에 대해 경찰이 ‘반려’ 할 수 있는 권한이 사라졌다. 또 경찰은 고소·고발 뿐 아니라 진정·탄원·투서 등 수사민원을 모두 받아야 하고, 접수 후에는 3개월 내에 수사를 마쳐야 한다. 경찰은 원칙적으로 모든 사건을 통상의 고소·고발 수사 절차를 밟아 처리해야 하게 됐다. 일선 경찰에선 ‘업무 폭증’으로 사무 처리가 어렵다는 내부 민원이 늘고 있다.
이 때문에 경찰은 ‘각하 요건’을 확대하는 방안을 법제처와 논의를 계속 해왔으나 결국 법제처의 심의를 넘지 못하게 된 셈이다. 일부에선 이같은 ‘격무’로 인해 경찰들의 업무 처리가 늦어지고 이 때문에 결국 국민들이 피해를 보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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