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파워 미국이 부활하고 있다. 2008년 리먼브러더스 사태로 만신창이가 된 미국 경제는 5년간 3조달러의 수혈을 통해 정상궤도로 복귀할 준비를 마쳤다. 초강력 신형무기 ‘셰일가스’를 장착한 미국은 오히려 더 강력해졌다는 평가다. 실제로 작년 3분기 미국은 한국(3.3%)보다 높은 4.1% 깜짝 성장을 이뤘다. 작년 12월엔 사상최대인 530억달러 재정흑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소비시장에서 생산기지로의 변신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2015년이면 세계 최대 산유국이 되는 미국은 ‘사우디 아메리카(Saudi America)’란 별칭을 얻었다. 최대 우방 미국의 귀환은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2014년의 사우디 아메리카는 예전의 미국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다.

미국에서 불고 있는 제조업 르네상스 바람은 ‘수출한국호’의 입지를 위협하고 있다. 값싼 노동력을 쫓아 중국이나 동남아로 나갔던 기업들이 셰일혁명으로 생산원가가 낮아진 본토로 속속 귀환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리쇼링(re-shoringㆍ본국 유인 정책)’ 기치 아래 미국이 ‘세계의 생산공장’으로 빠르게 탈바꿈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 제조업 부활은 ‘미국 경기회복=신흥국 수출 증가’로 이어지는 세계 경제 동반 성장 방정식을 깨부수고 있다. ‘made in usa’가 ‘made in korea’를 밀어내고, 미국 소비 회복의 수혜를 누리게 된 것이다. 소재ㆍ부품(일본)→반도체ㆍ디스플레이(한국)→TVㆍ핸드폰(중국) 생산과정을 거쳐 미국으로 수출하는 ‘동북아 3국 분업구조’는 점점 설 자리를 잃게 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올부터 본격화되는 미국의 출구전략은 ‘아베노믹스발’ 엔저와 맞물려 우리 기업들에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 소니와 도요타는 환율하락만으로 앉아서 연간 30% 이상의 수익증대 효과를 누리고 있다. 이 돈이 연구ㆍ개발(R&D) 투자로 이어지면 3, 4년 뒤엔 우리 기업이 추격하기 힘든 수준으로 기술 격차가 벌어지게 된다.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게 생겼다.

미국의 변화가 부담스런 것은 경제 분야에 한정되지 않는다. 만성적인 재정적자 감축을 위한 국방비 삭감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주한미군 분담금이 5.8% 늘었다. 더 큰 문제는 일본의 재무장이 가속화된다는 점이다. 오바마 행정부는 연방정부 셧다운(일시폐쇄) 이후 거센 재정적자 감축 압박을 받고 있다. 때문에 미국은 대국굴기 행보에 나선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전쟁할 수 있는 일본’을 용인하는 이이제의(以夷制夷) 전략을 취하고 있다. 노골적인 우경화의 길을 걷고 있는 아베 정부는 미국의 묵인 아래 야스쿠니 신사 참배와 영토분쟁, 교과서 왜곡 등을 통해 동북아 긴장을 고조시킬 것으로 보인다.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중ㆍ일 관계는 우발적인 군사충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한반도 주변 강대국의 치열한 패권 다툼과 공허한 내부 정쟁은 청일전쟁이 발발했던 120년 전 갑오년과 너무나 닮았다. 출범 2년차를 맞는 박근혜정부의 행보가 더더욱 주목받는 이유다.

강주남 국제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