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유통·패션 기업 숏폼 마케팅 전면에

“제품 주기 짧을 수록, 숏폼 마케팅 효과적”

TV시청자 줄어든 홈쇼핑도 숏폼 제작에 사활

음식도 패션도 쇼핑도…짭짤한 ‘숏폼 전성시대’ [숏폼의 유통학]

[헤럴드경제=박병국·김벼리·정석준 기자] #. 카메라가 하얀 결정체를 비춘다. 경쾌한 음악을 배경으로 조금씩 줌아웃(zoom out) 되는 카메라, 하얀 결정체는 점점 작아지며 이를 둘러싼 붉은 색 배경이 부각된다. 둠칫~ 둠칫~ 점점 템포를 높이는 음악, 그리고 마침내 모습을 드러내는 피사체. 카메라가 완전히 빠지니 소금이 뿌려진 육포가 접시에 담겨 있다. 45초짜리 영상은 ‘최상의 육포, 최상의 부드러움, 상상 육포’라는 문구로 마무리된다.

숏폼 전성시대다. 식품, 패션, 유통, 홈쇼핑 등 소비재를 판매하는 대부분 기업들이 숏폼을 마케팅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1분 내의 짧은 동영상이 인기를 끌면서 기업들도 숏폼이 고객 유입에 가장 효과적이라고 판단했다. 업계 관계자는 “컨텐츠 소비 트렌드가 숏폼 형태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며 “컨텐츠 과잉 시대에 숏폼은 짧은 시간 안에 브랜드와 기업이 전하려는 메시지를 함축적으로 전달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음식도 패션도 쇼핑도…짭짤한 ‘숏폼 전성시대’ [숏폼의 유통학]
동원의 육포 숏폼 컨텐츠(왼쪽분터)와 CJ제일제당의 햇반솥반 숏폼 콘텐츠. [각 사 숏폼 캡쳐]

식품업계의 숏폼의 활용도는 높다. 앞서 사례로 든 육포 영상은 동원의 숏폼 콘텐츠 ‘접근방食(식)’의 하나로 지난 2월 27일 업로드된 뒤 22만회의 조회수를 기록 중이다. ‘접근방食’은 초마이크로렌즈로 제품을 확대해 관찰하는 내용의 콘텐츠다. 동원은 이외에도 제품을 활용한 요리 과정을 거꾸로 재생하는 숏폼 ‘리버스쿠킹’을 제공한다. CJ제일제당에도 숏폼 ‘맛캣무물’이 이용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소비자의 투표 등을 통해 제품을 선정하고 해당 제품을 통한 레시피를 제공하는 콘텐츠다. 스타벅스 역시 ‘안녕하세요 스타벅스입니다’에서 숏폼 콘텐츠를 내놓고 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신제품 주기가 짧은 식품업계 특성상 새로운 레시피를 조합해 시도할 것들이 많아 숏폼 콘텐츠를 늘리는 추세”라고 했다.

유통사도 숏폼을 강화하고 있다. 온오프라인을 가리지 않는다. 롯데마트·롯데슈퍼는 식품 홍보 영상에 ASMR(소리 등 자율감각 쾌락 반응)을 가미해 숏폼 영상을 제작한다. 또 가격할인 행사 주력 행사를 광고하는데도 숏폼을 활용하고 있다. 이마트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1분 내외 숏폼 형태의 영상을 별도로 만들고 있다. CU 역시 웹드라마 ‘편의점 베짱이’ ‘편의로운 수라간 생활’ 등의 콘텐츠를 숏폼형태로 편집해 제공하고 있다. 11번가는 지난해 1월부터 숏폼 서비스 ‘플레이’를 시작했다. 삼성물산·LF 등 패션 기업들도 숏폼 활용에 적극적이다.

음식도 패션도 쇼핑도…짭짤한 ‘숏폼 전성시대’ [숏폼의 유통학]
현대홈쇼핑의 푸라닭 먹방 숏폼(왼쪽부터)와 롯데홈쇼핑의 하이볼 레시피 숏폼. [각 사 숏폼 캡쳐]

TV 시청자가 줄면서 생존의 기로에 놓인 홈쇼핑 업계는 숏폼 제작에 사활을 걸었다.

홈쇼핑 업계 관계자는 “플랫폼이 TV에서 모바일로 바뀌면서 홈쇼핑업체들은 브랜드 정체성을 바꿀 수밖에 없다”며 “특히 숏폼을 시청하는 고객들이 늘어나면서 홈쇼핑 업체들도 그에 맞춰 숏폼 제작을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홈쇼핑 업계 관계자는 “고객들이 TV에서는 1시간에 1~2개 상품을 발견했다면, 숏폼을 통해 1시간에 60개 이상을 발견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CJ온스타일은 내달 15일부터 숏폼에 방점을 찍은 모바일 앱 홈 화면을 개편한다. GS샵은 지난해 12월부터 방송과 라이브 커머스 영상을 숏폼 콘텐츠로 보여주는 ‘숏픽(Short Picks)’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현대홈쇼핑 역시 앞광고제작소 등의 숏폼을 제품 홍보에 활용한다.

‘숏폼’의 인기는 제품의 매출 증대로 이어진다. 업계 관계자는 “각 사들이 유튜브를 통해 자사 제품을 홍보하지만 숏폼의 클릭수는 일반적으로 유튜브의 클릭수의 2배”라며 “숏폼의 클릭수가 많으면 그 제품의 매출도 늘어날 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 LF가 지난해 만든 숏폼 콘텐츠 ‘패션 회사 직원들은 무슨 지갑 들고 다녀요?’는 395만회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해당 숏폼에서 소개된 닥스의 ‘블랙 DD로고 소가죽 미니 크로스백’은 지난해 2월 업로드 이후 10일만에 1억원 이상의 매출을 일으켰다. CJ온스타일은 지난해 8월 모바일 앱 내에 숏폼을 모아 볼 수 있는 전용탭 ‘푸드숏클립’을 시범 운영한 결과, 앱내 다른 카테고리에 비해 고객이 58% 이상, 고객 주문 전환율은 283%가 늘었다. 롯데홈쇼핑이 지난 2월 뷰티 상품 ‘더롬브 모델링 마스크’ 숏폼 콘텐츠를 공개한 이후 주문금액은 평소보다 20%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