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윤종신 등 “진상규명·재발방지대책 촉구” 기자회견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배우 한효주가 이선균이 마약 투약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다 숨진 사건과 관련, 이를 경찰과 언론에 의한 '인격 살인'으로 규정하고 철저한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 대책을 촉구한 문화예술인들의 기자회견 장면을 게시했다.
자신도 이들과 같은 생각을 갖고 있다는 뜻을 간접적으로 표한 것으로 보인다.
한효주는 12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에 봉준호 감독과 가수 윤종신, 배우 김의성 등이 나서 성명을 발표하는 장면이 담긴 사진을 올렸다. 이 외에 특별한 말은 없었다.
이날 영화 '기생충' 등으로 이선균과 호흡한 봉 감독과 배우 김의성, 가수 윤종신, 장항준 감독, 배우 최덕문 등 문화예술인연대회의는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故) 이선균 배우의 죽음을 마주하는 문화예술인들의 요구' 성명을 발표했다.
봉 감독은 "고인의 수사에 관한 정보가 최초 유출된 때부터 극단적 선택이 있기까지 2개월여 동안 경찰의 보안에 한치 문제가 없었는지 철저한 진상규명을 촉구한다"고 했다.
이어 "고인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정밀 감정에서 마약 음성 판정을 받은 뒤 나온 KBS 보도에는 다수의 수사 내용이 포함됐는데, 어떤 경위와 목적으로 제공됐는지를 면밀히 밝혀야 한다"며 "경찰이 고인의 3차례에 걸친 출석 정보를 공개한 점, 고인이 언론에 노출되지 않도록 대비하는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은 점 등이 과연 적법한 범위 내 행위인지 명확히 밝혀달라"고 했다.
윤종신은 이선균의 사생활이 담긴 녹음 파일을 공개한 KBS 보도를 거론하며 "혐의 사실과는 동떨어진 사적 대화를 보도한 KBS는 공영방송 명예를 걸고 오로지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한 보도였다고 확신할 수 있느냐"며 기사 삭제를 요구했다.
연대회의는 정부와 국회에도 형사 사건 공개 금지와 인권 보호를 위해 관련 법령을 제·개정해달라고 요청했다. 연대회의는 이를 '이선균 방지법'으로 명명하고 향후 구체적 법안 내용을 논의하기로 했다.
이원태 감독은 "설령 수사당국의 절차가 적법했다 해도 정부와 국회는 이번 사건에 침묵하면 안 된다"며 "피의자 인권과 국민의 알 권리 사이 원칙과 예외가 뒤바뀌는 일이 없도록 명확한 입법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했다.
연대회의는 문화예술인들 사이 이선균 관련 수사·보도 과정에 관한 문제 제기 필요성이 거론되고 이러한 일이 반복되면 안 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며 꾸려졌다.
성명서는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등 단체 29곳, 김동호 전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배우 송강호 등 영화계 종사자 2000여명이 뜻을 모아 만들었다.
이선균은 마약 투약 혐의로 지난해 10월부터 경찰 수사를 받다가 12월27일 서울 성북구의 한 주차장에 세워진 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그는 수사 과정에서 억울하다는 입장을 밝혔으며, 사망 전날에는 거짓말탐지기 조사를 의뢰했다.
이선균 사망 이후 일각에서는 그의 마약 혐의와 관련성이 적은 사생활 폭로식 언론 보도와 경찰의 공개 소환 등에 대한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