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패키징 아직 제재 대상 아냐…中 기업 대비 차원

“말레이시아에 기회일 수도, 미국의 분노 일으킬 수도”

잠브리 압둘 카디르 말레이시아 외교장관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 [신화]
잠브리 압둘 카디르 말레이시아 외교장관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 [신화]

[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 미국의 첨단반도체 제재를 피하기 위해 중국의 반도체 설계 기업들이 반도체 패키징(조립 포장)의 허브로 통하는 말레이시아 기업에 외주를 확대하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18일 보도했다.

통신에 따르면 중국 반도체 설계 회사들은 말레이시아 칩 패키징 기업에 그래픽처리장치(GPU) 등의 칩 제조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익명의 소식통은 “미국의 제재를 받지 않는 그래픽처리장치(GPU) 패키징으로, 반도체 웨이퍼 제조는 포함되지 않는다”며 “일부 계약은 이미 합의됐다”고 전했다.

미국은 그동안 중국이 인공지능(AI) 혁신용 또는 슈퍼컴퓨터 개발을 통해 군사 역량을 높일 수 있다며 반도체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실제 미 상무부는 지난해 10월 7일 미국 기술을 사용한 첨단 반도체 장비나 인공지능 칩 등의 중국 수출을 포괄적으로 제한하는 수출통제를 발표한 바 있다.

미국은 반도체 후공정의 마지막 단계인 첨단 패키징은 아직 제재 대상에 올리지 않았다. 반도체 공정의 미세화가 한계에 부딪히면서 첨단 패키징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만큼, 중국 기업들은 이 분야 역시 규제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하고 있다.

중국 기업들은 이를 대비하기 위해 말레이시아 기업에게 미리 패키징을 맡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말레이시아는 현재 전 세계 반도체 패키징, 조립, 테스트 시장의 13%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이를 2030년까지 15%로 끌어올리려 하고 있다.

이어 지난 8월 9일 첨단반도체·양자컴퓨팅·AI 등 3개 분야와 관련된 사모펀드와 벤처캐피털 등 자본 투자도 규제했다.

미 상무부는 아울러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가 사양이 낮은 AI 칩을 중국에 수출하는 걸 차단하기 위해 지난 10월 ▷AI 칩 규제 강화 ▷제재 우회 차단 등을 골자로 한 대(對)중국 반도체 수출 통제 강화 방안도 발표했다.

말레이시아의 반도체 기업 유니셈의 존 치아 회장은 “무역 제재와 공급망 문제를 겪는 중국의 반도체 칩 설계 기업이 말레이시아에서 (조립 생산) 공급원을 확보하려 한다”고 밝혔다.

로이터는 중국의 이런 시도가 말레이시아에 기회로 작용하고 있다면서도, 자칫 미국의 분노를 자아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치아 회장은 “유니셈의 고객 대부분이 미국에 기반을 두고 있다”면서 “우리의 사업 거래는 완전히 합법적이고 규정을 준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mokiya@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