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몫’ 재판관 지명…국회 동의 필요 없어
청문회서 큰 결격사유 없다면 임명 전망
이은애 재판관 퇴임 전까지 전원 법관체제 지속
이종석, 헌재소장 되더라도 내년 10월 퇴임
차기 헌재소장 염두에 둔 지명 전망도
[헤럴드경제=유동현 기자] 유남석 전 헌법재판소장 퇴임 후 공석인 헌법재판관 자리에 또다시 현직 고위법관이 후보자로 지명됐다. 현재 헌법재판관 8명 모두 법관 출신이어서 검찰, 학계 출신 등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정형식 대전고등법원장(62·사법연수원17기)이 후보자가 되면서 헌재 전원 법관 체제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헌법은 헌재를 구성하는 9인의 헌법재판관 모두 대통령이 임명하되 이 중 3인은 대통령이 지명하도록 규정한다. 또 다른 3인은 대법원장이 지명하는 사람을 임명하도록 정한다. 이들은 국회 동의가 따로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표결 없이 임명된다.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지명한 정 후보자는 ‘대통령 몫’ 인사인 만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큰 결격 사유가 나오지 않는다면 임명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이은애(57·사법연수원19기) 헌법재판관(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퇴임하는 내년 9월 20일까지 전원 법관 출신 헌재 구성이 유지된다.
정 후보자 지명 배경을 두고 일각에선 헌재소장 지명까지 감안한 인사라는 평도 나온다. 이종석(62·15기) 헌재소장 후보자는 지난 13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임명 되더라도 잔여 임기(11개월)만 근무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 후보자가 헌재소장에 취임한 뒤 내년 10월에 물러나게 되면 윤 대통령은 다시 헌재소장 후보자를 지명해야 한다. 현재 헌재 구성 중 윤 대통령 임기에서 임명된 재판관은 김형두(58·19기), 정정미(54·25기) 재판관이다. 다만 김명수 전 대법원장이 추천한 인사다. 정 후보자는 윤 대통령이 대통령 몫으로 처음 지명한 후보자란 점에서 헌재소장 후보 가능성이 제기된다.
다수 헌법사건 경험이 있는 한 변호사는 “다음 헌재소장 퇴임 후를 고려한 장기적인 포석이 있을 수도 있다”며 “지금 비교적 무난하게 재판관에 입성할 수 있게 함으로써 내년 총선 이후 정치 지형이 많이 변화가 있더라도 안정적인 의미에서 미리 보험 차원으로 볼 수도 있다”고 조심스럽게 내다봤다. 과거 유남석, 박한철 전 헌재소장도 각각 문재인, 이명박 전 대통령 몫으로 재판관에 지명된 뒤 헌재소장으로 취임했다.
정 후보자는 서울대 법대(81학번)를 졸업했고, 1988년 임관 후 서울고법·수원고법 부장판사, 서울회생법원장 등을 지냈다.
2018년 서울고법 부장판사 시절 이재용 당시 삼성전자 부회장의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항소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한 원심과 달리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4년을 선고했다. 정 후보자는 당시 1심에서 인정된 증거들을 대부분 파기했다. 박 전 대통령의 압박으로 인한 뇌물이라고 판단했다.
2013년 한명숙 전 총리 항소심에서는 무죄를 뒤집고 징역 2년과 추징금 8억8000여만원을 선고했다. 한 전 총리는 한만호 전 한신건영 대표에게 불법 정치자금 9억여원 받은 혐의를 받았다. 당시 검찰의 사실상 유일한 증거였던 한 전 대표 진술이 법정에서 번복됐지만 정 후보자는 신빙성을 인정하고 유죄로 봤다. 이 판결은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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