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평균 수출액 13개월만에 증가 전환

국제유가 급등 무역수지 부정적 영향

고환율, 원자재·중간재 수입물가 올려

이-팔 전쟁, 긴축·강달러 ‘기름부은 격’

1년째 마이너스 증가율을 이어 온 우리나라 수출이 이르면 이달 플러스로 전환할 수 있다는 정부의장밋빛 전망에 빨간불이 켜졌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으로 가뜩이나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환율·유가·금리가 요동치면서 예기치 못한 신(新)3고 현상이 심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11일 관세청에 따르면 10월 1~10일 수출액(통관 기준 잠정치)은 115억8700만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1.7% 줄었다. 다만 조업일수를 고려한 일평균 수출액은 9.2% 늘었다. 1∼10일 기준으로 일평균 수출액이 1년 전보다 늘어난 것은 작년 9월(16%) 이후 13개월 만에 처음이다.

지난 9월 우리나라 수출액도 546억60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4.4% 줄었었다. 지난해 10월부터 12개월 연속 전년 동월 대비 감소세를 보였지만 감소율은 지난해 10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에 정부는 수출이 ‘플러스 전환’의 변곡점에 위치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우선 수출이 지난해 10월부터 마이너스를 기록했다는 점에서 이달부터 기저효과가 발생한다. 지난해 4분기 수출 증감률은 10월(-5.8%), 11월(-14.2%), 12월(-9.7%)로 올해 4분기에는 기저효과가 발생하기 때문에 플러스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우리나라 전체 수출의 20%가량을 차지하는 반도체가 지난해 10월 이후 최고 수출 실적(99억달러)을 달성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실제, 9월 반도체 수출은 1년 전보다 13.6% 감소해 올해 최저 수준의 감소율을 나타냈다. 8월에도 반도체 생산은 13.4% 늘어나면서 산업생산지수를 끌어올린 바 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지난 5일 기자들과 만나 10월 수출 플러스 전환 전망을 재확인한 바 있다. 추 부총리는 ‘0.5일 부족한 조업일수’와 ‘추석 연휴’ 효과로 전환 시점이 늦춰질 가능성을 내비치면서도 “10월, 늦어도 11월에는 수출이 플러스로 돌아설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임혜윤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이와 관련 “앞으로 수출은 완만한 회복세를 이어가면서 4분기 중 전년 동기 대비 소폭 플러스 전환이 가능할 것”이라며 “반도체 수출 회복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 긍정적이고, 반도체와 더불어 석유제품, 디스플레이, 기계 등이 수출 회복을 주도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선 우리나라 수출이 본격적인 회복 국면에 진입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의견이 팽배하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아직 가격이 반등하지 않아서 반도체 수출액 자체가 늘어나는 것은 아직 시간이 더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도 “9월 반도체 수출 실적이 좋아졌다고 하지만 메모리 반도체 분야는 오히려 나빠졌다”라며 “반도체 업황도 조금 기다려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고 설명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역시 “현재는 경기 회복이나 개선 상황보다는 추가적으로 악화하지 않는 정도로 봐야 한다”며 “10월 수출 플러스 전환을 아직까지는 확신하기 어렵다. 4분기 내에도 반전되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여기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으로 한국경제가 예기치 못한 경로로 이탈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이다.

무엇보다 국제유가 급등은 4개월 연속 흑자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무역수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지난 6월 이후 무역수지가 4개월 연속 흑자를 기록한 것은 수입이 수출보다 더 많이 줄어든 탓에 생긴 전형적인 ‘불황형 흑자’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킹달러의 역습에 크게 고꾸라진 원화 가치도 부담이 될 전망이다. 최근 원달러 환율은 1350원대에 거래돼 9월 평균 1330원대 초반에 비해 20원가량 올랐으며, 연초에 비해서는 85원 넘게 급등했다. 미 국채 금리가 크게 상승하면서 달러 강세 압력을 높인 탓이다. 문제는 이-팔 전쟁으로 안전자산 선호 현상을 강화해 달러화의 강세를 더욱 부추길 수 있다는 점이다.

환율이 오르면 국산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올라 수출이 늘어나지만 최근 고환율은 원자재·중간재의 수입 물가를 더 큰 폭으로 끌어올려 득이 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수출 업체 150곳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에 따르면, 기업들은 수출 채산성을 확보할 수 있는 적정 원·달러 환율로 1206.1원을 꼽았다. 1400원을 돌파했던 작년 10월은 물론 올해 들어 최저인 2월 2일(종가 1227.0원)과 비교해도 낮은 수준이다. 기업들은 고환율에 따른 원자재 가격 상승, 금리 인상과 연동되는 이자 비용 상승 등을 수출 채산성 악화의 배경으로 언급했다.

신얼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이번 전쟁 발생은 또 하나의 달러 강세 명분이 되어 줄 것으로 보인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고금리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최근 80달러 초반 수준으로 하락했던 유가가 다시금 80달러 중반까지 반등한 상황은 연준의 긴축 우려와 강달러를 지지하는 요인”이라며 “더불어 전쟁에 따른 불확실성과 안전자산 수요가 금이 아닌 달러화로 집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단기적인 달러 강세 및 원/달러 환율 상방 변동성을 확대시키는 요인”이라고 진단했다. 배문숙·김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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