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안정될 것”이라지만 유가 주도 물가 상승세…공급 견인, 조정 어려워
고물가로 고금리 국면 장기화 가능성…美국채 16년만에 최고치 기록
취약계층 생활고 가중…저금리 때 늘어난 빚, 취약차주 도미노 부실 우려
[헤럴드경제=홍태화 기자] 물가가 다시 뛰기 시작하면서 고금리 국면이 더 오래 지속될 가능성이 커졌다. 정부는 물가가 곧 다시 안정세를 찾을 것이라고 했지만, 장담하기 어렵다. 물가 상승은 이번에도 유가가 이끌었다. 유가는 공급요인, 즉 대외변수다. 정부가 조정할 수 있는 수단이 매우 제한된다.
이미 미국 국채 금리는 16년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금리 인상을 시사하고 나섰다. 우리나라도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 취약차주 위주로 도미노 채권부실 우려가 나타나는 가운데 하반기 경제 반등은 커녕 고물가·고금리 복합위기를 걱정하게 된 셈이다.
5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9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소비자물가 전년동월비 증감률은 3.7%로 지난 달과 비교해 0.3%포인트 상승했다. 유가 때문이다. 석유류값 하락 폭은 9월 4.9%에 그쳤다. 지난 7월 -25.9%, 8월 -11.0%에 이어 한 자릿수로 석유류값 하락세가 둔화했다.
석유류의 물가상승률 기여도를 보면 유가 주도 물가 오름세를 알 수 있다. 석유류 기여도는 7월 -1.49%포인트에서 8월 -0.57%포인트, 9월 -0.25%포인트로 둔화했다.
김보경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석유류 기여도 차이가 약 0.3%포인트 가량 난다”며 “이번에 커진 물가 상승세 대부분이 그 때문이고, 사실상 석유류 하락폭 둔화가 원인 전부라고 보셔도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제유가에 따라 앞으로 (물가 흐름이) 달라질 것 같다”고 덧붙였다.
유가가 주도하는 물가 상승세는 공급 견인 인플레이션이다. 수요는 긴축 등으로 조절이 가능하지만, 대외변수에 좌지우지 하는 공급 변수를 조정하긴 어렵다. 정부 대응에 한계가 따르는 것이다.
물가 안정이 늦어지면 금리는 상방압력을 받는다. 미국에서 이미 기미가 나타났다.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전날 4.8%를 넘기도 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인 2007년 8월 이후 16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연준도 앞서 통화 긴축 선호 신호를 나타냈다.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은 총재는 연설에서 “올해 금리를 한 번 더 인상한 후 한동안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글로벌 상황 속에서 국내 물가의 고공행진이 이어지면 한국은행도 현재의 고금리 기조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고물가와 이로 인한 고금리 상황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서민 부담은 커진다. 저금리 시절 늘어난 부채가 금리 상승기와 맞물리면서 채권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로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린 후 제때 갚지 못해 금융채무 불이행자로 등록된 30대 이하 청년층은 급증하고 있다. 한국신용정보원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진선미 의원(더불어민주당)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30대 이하 금융채무 불이행자는 약 23만1200명으로 집계됐다.
경기가 회복에 어려움을 보이는 가운데 고물가-고금리가 장기화하면 약한 고리를 시작으로 우리경제의 위기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있다. 정부와 한은 등 관계당국의 선제적 대응이 시급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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