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기차, 영화관, 지하철에 ‘빈대’ 경보…프랑스 올림픽 코앞인데[나우,어스]
기차 좌석을 기어다니고 있는 빈대. 사람과 동물의 피를 빨아먹는다.[BBC뉴스 유튜브 캡쳐]

[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프랑스 도시 곳곳에서 흡혈 빈대가 기어다니는 모습이 소셜미디어에 연달아 올라오고 급기야 주요 언론사까지 주목하고 있다. 텔레비전(TV) 토크쇼에서도 빈대 문제를 논의하는 등 불안감이 프랑스 전역으로 확산하는 중이다.

무엇보다 2024년 파리 하계올림픽이 1년도 채 남지 않아 국가 이미지 실추에 대한 경각심이 크다. 이러다 ‘빛의 도시 파리’가 아닌 ‘빈대의 도시 파리’라는 오명을 얻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될 정도다.

4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파리 주민 레일라 베르나메(74)는 “평생 빈대를 걱정해 본적이 없지만 최근에는 영화관에 가기 두려울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매주 수요일 파리 샹젤리제에 있는 영화관에 손녀들을 데리고 갔지만 좌석에서 빈대가 계속 나오자 발길을 끊었다.

베르나메는 “무엇보다 이 빈대가 프랑스의 이미지를 훼손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언급했다.

빈대는 어둡고 비좁은 공간에 숨어 있다가 사람과 동물의 피를 빨아먹는데 영화관, 지하철 등 공공장소는 물론 가정에도 출몰하고 있어서 주의보가 내려졌다. 프랑스의 식품, 환경 및 산업 보건 및 안전청이 의뢰한 한 여론 조사에서는 2017년부터 2022년 사이에 프랑스 가구의 10% 이상이 빈대에 노출된 것으로 추정했다 .

클레망 본 프랑스 교통부 장관은 이날 회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을 통해 “우리는 이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버스, 기차, 지하철을 정기적으로 청소하고 의심스러운 경우 운행을 중단할 것”을 강조했다.

필수기관인 학교와 병원도 문을 닫고 탐지견을 대동해 빈대를 찾아내는 등 집중 방역에 나섰다.

[영상]기차, 영화관, 지하철에 ‘빈대’ 경보…프랑스 올림픽 코앞인데[나우,어스]
프랑스의 가정집도 빈대의 출몰에서 안전하지 않다. 탐지견을 대동해 빈대 수색에 나선 모습[BBC뉴스 유튜브 캡쳐]

전문가들은 빈대가 위생이 낙후된 것과는 상관없이 세계화와 관광객들의 왕래 때문에 증가한 것으로 분석한다.

요한나 피트 정부 보건 기관 전문가는 “여행자들이 빈대를 끌고 대륙을 횡단하게 되면서 2000년대 이후 감염 건수가 증가했다”며 “이것은 프랑스뿐만 아니라 전 세계 어디에서나 관찰되는 현상이지만 지난 몇 주 동안 소셜 미디어가 문제를 완전히 증폭시켰다”고 언급했다.

프랑스 당국은 하계 올림픽을 앞두고 빈대 방제 비용을 지원할 계획이다. 정부 통계에 따르면 프랑스 가정은 연 평균 빈대 제거 비용으로 약 900유로(128만원)를 지출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는 저소득층에는 부담스러운 금액이다.

지난 3일 빈대를 약병에 담아 의회에 가져온 마틸다 파노 좌파 프랑스 자유당(France Unbowed) 의원은 “이는 국가적 공중 보건 문제이며 무료 공공 해충 방제 서비스의 창설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