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원호연 기자]조태용 외교부 제1차관과 사이키 아키타카(齋木昭隆)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이 29일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차관급 협의를 갖는다. 일본 측 요구로 성사된 만큼 중의원 선거 이후 위안부 피해자 문제나 안보 분야 협력과 관련해 아베 정부가 새로운 입장을 제시할지 주목된다.
각국 외교당국이 한해를 마무리하는 결산작업으로 바쁜 연말임을 감안하면 일본 정부가 이번 협의를 제안한 것은 이례적이다. 외교부가 “양국관계 현안, 북핵 문제 등 지역 정세, 동북아 정세 등을 논의할 것”이라며 통상적인 외교 협의의 틀을 벗어난 논의가 없을 것임을 시사했음에도 그 내용에 촉각이 모아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두 차관은 우선 수교 50주년이 되는 2015년을 앞두고 양국 간 관계 개선이 필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 한다는 점을 확인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지난 주 새 내각을 출범시키면서 한국, 중국과의 관계 개선에 대해 “이웃나라여서 여러 과제가 있고 그래서 더욱 흉금을 털어놓고 대화해야 한다”며 의욕을 보였다. 박근혜 대통령 역시 지난 8월 광복절 경축사에서 “2015년은 (한일관계) 새 출발의 원년”이라고 밝힌 이후 일본 각계 인사를 만날 때마다 관계 개선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사이키 사무차관은 이번 방문을 통해 박 대통령이 제안한 한ㆍ중ㆍ일 외교장관 회담과 이에 기반한 3국 정상회담의 필요성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또 한ㆍ일 단독 정상회담도 제안할 가능성이 높다. 양국 정상은 지난 3월 네덜란드 헤이그 핵안보 정상회의에서 열린 한ㆍ미ㆍ일 정상회담과 지난 달 중국 베이징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중 환담 외에 별도 양자회담을 갖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우리 정부는 대화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해결을 위한 국장급 협의에서 일본이 구체적인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문제를 정상회담의 전제조건으로 내건 것은 아니지만 일본 측이 결자해지 차원에서 대화가 이뤄질 분위기를 만들어 줘야 한다는 얘기다.
다만 위안부 문제와는 별도로 북핵ㆍ미사일 대응 등 안보 이슈에 대응하기 위한 양국 협력체제는 복원될 가능성이 높다. 때마침 같은 날 한ㆍ미ㆍ일 군사정보공유 약정이 발효되기 때문. 올 봄으로 예정된 미일방위협력지침(가이드라인) 개정 과정에 우리 정부의 입장을 반영하기 위해서라도 안보 분야 대화는 지속돼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한 외교 전문가는 “그동안 우리 정부가 과거사 문제와 안보 협력을 분리 대응한다는 원칙을 내세웠지만 국민 여론상 일본과의 군사협력을 꺼려온 측면이 있다”며 “일본이 위안부 문제에서 어느정도 성의를 표시하면 필요한 분야의 협력은 바로 복원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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