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우영 기자] 차기 공화당 대통령 후보가 유력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4차례의 형사 재판 기소에도 꿋꿋하게 ‘피해자’라고 주장하고 있다. “승리를 도둑 맞았다”는 그의 호소는 지지자를 뭉치게 하면서 대선 가도를 한층 치열하게 몰아 가고 있다.
24일(현지시간)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에 “민주당은 다가오는 2024년 대선을 방해하는 것을 멈춰야 한다”며 “(권력) 무기화와 부정행위를 중단하라”고 밝혔다.
그는 자신을 향한 법의 잣대를 조 바이든 행정부와 민주당의 음모라는 주장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현재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21년 1월 6일 의회난동 사태 선동, 백악관 기밀 유출, 성추행 입막음 시도, 조지아주 선거 결과 뒤집기 시도 등 4건으로 기소된 상태다. 미국 역사상 전·현직 대통령이 피고인이 된 건 그가 처음이다.
그럼에도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인기는 굳건하다. 이날 워싱턴포스트(WP)와 ABC방송이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과 양자 가상대결에서 51%대 42%로 여유롭게 앞섰다.
공화당 지지 응답자 가운데 54%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대선 후보로 지지한다고 응답했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의 나이(80세)에 대해 우려한다는 비율이 80%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사법리스크에 대한 우려(62%)보다 크게 높았다.
최대 약점으로 여겨지던 사법리스크가 적어도 현재까진 전혀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치명타를 주지 못하는 셈이다. 오히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에 대한 기소가 권력의 부당한 횡포라는 주장을 펼침으로써 지지세를 확고히하는 전략을 펴고 있다.
그는 자신을 기소한 검사를 원색적으로 비난해왔다. 트럼프 캠프 관계자는 “우리는 지옥에서처럼 싸울 것”이라며 “바이든 대통령이 이런 일을 했다는 사실을 매일 비난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선거 결과를 놓고 부정이 있었다고 주장하거나 권력 개입 음모론을 제기하는 것은 트럼프 전 대통령과 그의 지지자들이 자주 사용해온 정치적 특징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미 이 같은 ‘도둑질을 멈춰라(Stop the Steal)’는 선전 구호로 톡톡한 지지 효과를 얻었다.
2016년 대선을 앞두고 당시 독특하긴 하지만 공화당 내 비주류에 불과했던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의 당내 지지율이 낮은 것은 공화당 지도부가 음모를 꾸민 탓이라고 주장했다. 물론 어떠한 근거나 믿을 만한 증언도 없었다. 이에 대한 공화당 내부 자체 조사에서도 트럼프 전 대통령의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사실은 드러나지 않았다.
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의 기성 정치권에 대한 조롱과 음모론은 열광적인 지지를 불러 모았다. 2016년 2월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패했던 트럼프 전 대통령은 광범위한 투표 조작 의혹을 제기한 뒤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에서 선두로 나섰고 마침내 공화당 대선 후보 자리를 꿰찼다.
이어 본격적인 대선 유세기간이던 2016년 8월엔 “우리가 패배하는 유일한 방법은 부정선거가 계속되는 것뿐”이라며 “선거가 조작될까봐 두렵다”고 말했다.
물론 이 같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선거 구호는 법적으로는 엄밀히 말해 문제가 없다. 미국 수정헌법 제1조에는 지방선거, 주선거, 연방선거와 관련해 부정행위에 대한 의문을 제기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고 명시돼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그 권리를 가장 극도로 남용한 것은 2020년 재선 도선에 실패한 뒤다. 그는 2020년 11월 대선 투표를 앞두고 일찌감치 5월부터 “부정선거를 지켜보고만 있지 말라”, “민주당은 선거를 조작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등의 주장을 늘어 놓았다.
WSJ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통령이 된 뒤 SNS를 통해 내보낸 발언 가운데 적어도 46개가 “선거 조작” 혹은 “도둑 맞은 선거”라는 문구를 포함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들 중 대부분은 2020년 대선 직전 7개월 간 집중됐다.
결과적으로 대선에서 패배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더욱 부정선거 의혹은 강하게 제기했고 2021년 1월 의회난동 사태가 터지기에 이르렀다.
WSJ은 트럼프 전 대통령과 그의 측근들이 선거 결과를 뒤집기 위해 공식·비공식적 자리를 200회 이상 가졌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길지 않은 정치 인생의 모든 선거운동 결과를 ‘승리’ 아니면 ‘도둑 맞은 승리’ 두 가지 중 하나로 압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 같은 선거 전략이 인기를 끌면서 덩달아 공화당 그리고 다른 공화당 대선주자들도 트럼프 전 대통령 못지 않은 황당 주장을 하고 있단 것이다.
앞서 지지율 3위를 달리고 있는 인도계 기업인 비벡 라마스와미는 우크라이나 지원을 끊고 대신 남부 국경을 방어하는데 자원을 쓰자고 주장했다. 니키 헤일리 후보는 중국이 미 군사시설 근처에 엄청난 땅을 샀다고 주장하며 청중의 이목을 끌었지만 곧 가짜뉴스로 판명났다.
앞서 한 공화당 고위 관계자는 워싱턴포스트(WP)에 “트럼프 전 대통령은 모든 여론조사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며 “어느 다른 후보도 여론이 움직이는 것을 보기 전에 (트럼프 전 대통령을 비판했다가) 곤경에 처하고 싶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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