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리쇼어링 활성화 정책토론회

각국 해외진출기업 유턴 적극 유도

국내 아직 기업복귀 유인책 부족

첨단산업 유턴활성화 지원확대 필요

오준석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가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내 첨단산업 리쇼어링 활성화를 위한 정책토론회: 경제안보 관점에서의 첨단산업 지원 정책을 중심으로’에 참석해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오준석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가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내 첨단산업 리쇼어링 활성화를 위한 정책토론회: 경제안보 관점에서의 첨단산업 지원 정책을 중심으로’에 참석해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세계 각국이 자국 중심의 대체 공급망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는 만큼 우리나라도 해외 진출 기업을 국내로 복귀시키는 ‘리쇼어링’유인책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글로벌 주요 기업이 중국으로부터 탈출하고 있는 지금이 리쇼어링의 최적기라는 의견이다.

경제안보와 직결되는 반도체, 배터리 등 첨단산업의 리쇼어링을 적극 추진하되 일부 시설을 해외에 두고 오는 온쇼어링에 대해서도 지원이 이뤄져야 핵심 기업의 국내 복귀가 활성화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오준석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1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김성원 국민의힘 의원이 주최하고 대한상공회의소가 주관한 ‘국내 첨단산업 리쇼어링 활성화를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글로벌 공급망이 혼란을 겪으면서 본국으로 경영 비중을 옮기며 공급망 위험관리체계를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확대되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경제안보 관점으로 리쇼어링 제도를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오 교수는 최근 중국 정부가 아이폰 사용 금지령을 내린 사례를 언급하며 “앞으로 애플의 중국 생산시설을 제한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우리 기업이 같은 상황을 겪을 경우 한국 경제에 심대한 타격이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이미 기업들이 공급망 위험 관리를 위해 중국으로부터 탈출하는 상황으로 리쇼어링 유치는 지금이 적기”라며 정부가 현행 리쇼어링 제도를 재점검해 리쇼어링 기업에 대한 투자보조금 지원 요건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특히 해외에 일부 시설을 두고 돌아오는 기업에 대해서도 리쇼어링 혜택을 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게 오 교수의 주장이다. 중국에서 사업 기반을 완전히 없애고 탈출할 수는 없는 게 현실인 만큼 일부 생산시설 등을 두고 오더라도 경영 비중을 국내로 옮길 경우 지원을 해줘야 한다는 얘기다.

오 교수는 “각 기업이 중국 내 나름대로 구축해 놓은 공급망이 있고 시장으로서도 기능을 한다”면서 “중국 내 시설을 일부 운영하면서 탈출을 꾀하는 기업이 많은데 이들 온쇼어링 기업도 같이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업이 예측 가능한 중장기적인 지원이 약속돼야 한다고도 했다. 오 교수는 “올해는 지원을 받지만 내년은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하면 기업으로서도 의사 결정이 불안하지 않겠느냐”고 꼬집었다. 그는 “2030년까지 200개 기업 유턴이라는 양적 목표 아래 매년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사업 예산이 깎이게 돼 있다”면서 “타이트한 양적 목표는 바람직하지 않다. 국가 경제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기업이 올 수 있도록 질적 목표를 함께 세워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뒤이어 연단에 오른 최혜린 숭실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핵심은 국가 경제에 도움이 될 만한 혁신기술을 가진 기업이 돌아오게 하는 것”이라며 “글로벌 흐름과 달리 국내 리쇼어링 정책은 제조업, 중소기업 중심에 멈춰져 있다”고 지적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복귀를 결정한 기업은 24개사로 2021년(26곳)에 비해 줄었다. 올해 들어서도 9월까지 16개 기업이 국내로 돌아오는 데 그쳤다. 해외진출기업복귀법 시행 이듬해인 2014년부터 국내로 복귀한 기업을 모두 합쳐도 142개사 정도다. 미국에서 한 해 2000개에 가까운 기업이, 일본도 연평균 500여개 기업이 자국행을 택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격차가 상당하다.

특히 지난해 국내 유턴기업 24곳 중 첨단기업은 6개, 중견·대기업은 9개사에 불과했다. 대기업이 복귀해야 소재·부품·장비업체가 함께 유턴할 수 있는 만큼 지원 규모를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최 교수는 “첨단산업의 유턴이 활성화되도록 최소한 외국인 투자 수준으로 리쇼어링 정책 강화를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우리나라의 리쇼어링 보조금 한도액은 수도권 150억원, 비수도권 300억원 수준이다. 투자액이 조 단위인 반도체, 배터리, 전자회사가 해외 생산기지를 철수하고 국내로 복귀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지원 규모다. 외국인 투자의 경우 첨단산업 투자액의 50%까지 한도없이 지원하고 있다.

패널로 참석한 김민재 경기대 무역학과 교수는 “단기적으로는 지원 확대에 따른 부담이 있겠지만 기업 유턴에 따른 일자리 창출, 지역균형 발전, 법인세 증가 등 장기적인 혜택을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며 “미국의 경우 지난해 리쇼어링으로 고용이 약 37만명 증가했는데 이는 정책 강화를 처음 시작한 10년 전 대비 60배 수준”이라고 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국내 복귀를 고민하고 있는 기업이 실제 유턴 시 자동차와 전기·전자산업에서 각각 8조6000억원, 6조원의 국내생산액이 증가하고 각각 1만2000개, 4700개의 일자리가 발생할 것으로 추정된다.

김성원 의원은 “지정학적 위험이나 기술 유출, 외교 갈등 등의 어려움을 겪으면서 애플, 보잉, GE 등 글로벌 기업도 안정적인 경영환경을 갖춘 자국으로 복귀했거나 복귀를 준비하고 있다”며 “민관정이 힘을 모아 국내 현실에 맞는 정책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은희 기자


ehkim@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