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5단계 대응’ 나왔지만

5년간 발포한 횟수는 29건 불과

“권총 장려하는 건 아니지만

훈련 논의없이 권총만 도입”

‘치안 강화’ 중심에도 내부는 뒤숭숭

경찰 관계자가 29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저위험 권총을 공개하고 있다. 정부가 29일 발표한 2024년 예산안에 따르면 경찰관 3명당 1정씩 지급됐던 저위험 권총을 한명에 1정씩 지급하기로 하는 데 86억원이 쓰인다. 지난해 도입한 저위험 권총은 살상용인 38구경 권총에 비해 무게가 가볍고 안전장치도 달려있다. 저위험 권총에 사용되는 특수 탄환의 살상력은 보통탄의 10분의 1 수준이다. [연합]
경찰 관계자가 29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저위험 권총을 공개하고 있다. 정부가 29일 발표한 2024년 예산안에 따르면 경찰관 3명당 1정씩 지급됐던 저위험 권총을 한명에 1정씩 지급하기로 하는 데 86억원이 쓰인다. 지난해 도입한 저위험 권총은 살상용인 38구경 권총에 비해 무게가 가볍고 안전장치도 달려있다. 저위험 권총에 사용되는 특수 탄환의 살상력은 보통탄의 10분의 1 수준이다. [연합]

[헤럴드경제=김빛나 기자] 최근 저위험 권총 도입 등 경찰의 치안 강화 대책이 나오는 가운데, 4년 전에도 권총 사용을 포함한 종합 기준이 마련됐음에도 여전히 경찰의 물리력 행사가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당장 내년부터 ‘1인 1총기’ 수준으로 경찰의 총기 보급이 이뤄져도 현장 변화가 쉽진 않을 거란 전망이 나온다.

5일 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5년 간 전국 경찰의 권총 사용 건수는 총 29건으로 매년 5건 내외로 발생했다. 도심에 출몰한 멧돼지나 사물을 향해 쓴 사례를 제외한 수치다. 구체적으로는 지난해와 2021년 모두 5건으로 동일했으며, 2020년 9건으로 잠시 증가했다. 2019년에는 6건, 2018년에는 4건으로 지난해와 비슷한 수치였다.

4년 전인 2019년 물리력 행사 기준이 강화됐음에도 수치상으로는 경찰의 대응은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이다. 당시에도 8호선 암사역 근처에서 발생한 ‘암사동 흉기난동’, ‘대림동 경찰관 폭행 사건’ 등으로 경찰 물리력 대응이 논란됐다. 그리고 그 해 5월 5단계 대응 기준을 포함한 ‘경찰 물리력 행사의 기준과 방법에 관한 규칙 제정안’이 마련됐다. 법률과 매뉴얼 등에 산발적으로 있었던 물리력 행사 관련 내용들을 포괄하는 종합 기준을 만든 것이다.

서울 관악구 신림역 인근 상가 골목에 마련된 흉기난동 사건으로 숨진 20대 남성 피해자 A씨를 위한 추모 공간에서 한 시민이 기도하고 있다. 한편 행인에게 흉기를 휘둘러 4명의 사상자를 낸 조모 씨에 대한 신상 공개 여부는 오는 26일 결정된다. [연합]
서울 관악구 신림역 인근 상가 골목에 마련된 흉기난동 사건으로 숨진 20대 남성 피해자 A씨를 위한 추모 공간에서 한 시민이 기도하고 있다. 한편 행인에게 흉기를 휘둘러 4명의 사상자를 낸 조모 씨에 대한 신상 공개 여부는 오는 26일 결정된다. [연합]

특히 제정안에는 5단계 중 가장 높은 단계인 ‘치명적 공격’ 수준에서 권총을 발표하는 것까지 가능해 현장 대응이 용이해질 것으로 기대됐다. 경찰이나 제3자의 목을 조르거나 무차별 폭행을 하는 경우 이 단계에 해당하는데, 이때 경찰은 고위험 물리력 행사를 통해 상대방을 제압할 수 있다. 무기 등을 이용한 급소 공격을 할 수 있고 다른 수단이 없는 경우에는 권총 사용도 가능하다.

전자충격기(테이저건) 사용도 유의미한 변화는 없었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현장에서 테이저건을 사용한 횟수는 지난해 424건, 그 전 해 342건, 2020년 285건으로 제정안 마련 이후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2019년 299건, 2018년 338건으로 들쭉날쭉한 수치를 보였다.

경찰 관계자가 29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저위험 권총을 공개하고 있다. 정부가 29일 발표한 2024년 예산안에 따르면 경찰관 3명당 1정씩 지급됐던 저위험 권총을 한명에 1정씩 지급하기로 하는 데 86억원이 쓰인다. 지난해 도입한 저위험 권총은 살상용인 38구경 권총에 비해 무게가 가볍고 안전장치도 달려있다. 저위험 권총에 사용되는 특수 탄환의 살상력은 보통탄의 10분의 1 수준이다. 연합뉴스
경찰 관계자가 29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저위험 권총을 공개하고 있다. 정부가 29일 발표한 2024년 예산안에 따르면 경찰관 3명당 1정씩 지급됐던 저위험 권총을 한명에 1정씩 지급하기로 하는 데 86억원이 쓰인다. 지난해 도입한 저위험 권총은 살상용인 38구경 권총에 비해 무게가 가볍고 안전장치도 달려있다. 저위험 권총에 사용되는 특수 탄환의 살상력은 보통탄의 10분의 1 수준이다. 연합뉴스

이훈 조선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물론 권총을 많이 쓰고, 장려한다는 게 좋다는 것은 아니다. 필요한 상황에 따라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도 “중요한 건 훈련이다. 훈련을 통해 실질적으로 권총을 사용할 수 있는 경찰관을 길러야 하는데 이 부분에 대한 논의가 안 되고 권총 도입이 해법인 것처럼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같은 우려를 고려해 후속 대책을 마련한다는 입장이다. 전날 경찰청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경찰청 관계자는 저위험 총기를 사용할 경우 법적 책임 면책 등을 고려하냐는 질문에 “총기 도입 시점 전에 사용 기준이나 요건, 매뉴얼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서 반영할 예정”이라며 “책임 범위나 면책은 관련 부서들이 향후 어떻게 할 지 검토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한편 연이은 흉악범죄 이후 경찰은 치안 정책과 함께 내달 중으로 치안 중심의 조직 개편을 발표할 예정이다. 치안 중심으로 조직 개편이 되면서 수사인력이 줄어드는 것 아니냐는 내부 우려도 계속되고 있다. 이를 의식한 듯 전날 윤희근 경찰청장은 내부 일일회의에서 “단순히 지구대, 파출소에 인력을 나눠주는 방식으로 (조직개편을) 하지는 않겠다”고 말했다. 우종수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도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국민이 체감할 수 있게끔 경찰 활동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조직 개편이 이뤄지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현장 수사 인력이 감소하는 일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binna@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