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

“대통령과 그냥 아는 사이, 직접적 관계 아냐”

소신강한 ‘벙커’평가...임명시 대대적 개혁 관측

“최근에 무너진 사법의 신뢰와 재판의 권위를 회복하여 자유와 권리, 국민의 기대와 요구에 부응할 수 있는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바람직한 법원이 무엇인지에 관해서 끊임없이 성찰해보겠다.”

차기 대법원장 후보로 지명된 이균용(사진) 서울고법 부장판사는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청사에서 지명 소감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이 후보자는 지명 이후 현 대법원장을 만나는 관례에 따라 이날 김명수 대법원장을 예방했다. 조만간 근무지 인사발령이 나면 이 후보자는 대법원으로 정식 출근하게 된다. 다만 지난 20일 모친상을 당한 점을 고려해 출근은 다음주부터 할 것으로 보인다. 인사청문회 준비팀은 전례와 같이 법원행정처 소속 부장판사 1명, 심의관급 판사 3명 규모로 꾸려진다고 한다.

이 후보자는 윤석열 대통령과 가까운 사이로 알려졌다. 그는 윤 대통령과 친분을 묻는 질문에 “제 친한 친구의 친구다”며 “그냥 아는 정도지 직접적인 관계라고 보기는 어렵지 않나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 후보자는 “재판의 공정과 중립성은 어느 나라 사법제도의 기본”이라면서 “회의 청문 과정과 검증동의절차가 남아 있기 때문에 더 이상 말씀드리는 것은 주제넘는 말이 되기 때문에 양해해주시기 바란다”고 했다.

이 후보자가 대법원장에 임명되면 법원 내 대대적인 개혁이 시작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 후보자는 과거 김 대법원장 체제에 대한 공개적인 비판을 서슴없이 해왔다. 김 대법원장의 ‘거짓말 파문’이 일던 2021년 2월 대전고법원장 취임식에서 “내 편은 맞고 네 편은 틀렸다는 서로의 확신이 만들어 낸 편 가르기나 진영논리에서 벗어나 더 나은 법원을 만들기 위해 모두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이 후보자는 법원 내에서 ‘그립감’이 강한 인물로 평가받는데 이번 대법원장 후보 지명에도 이같은 점이 반영됐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법조계에선 고법부장 승진제 폐지와 ‘인기투표 전락’ 비판을 받았던 법원장 후보 추천제 등 인사제도도 바뀔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 후보자와 근무 경험이 있는 한 판사 출신 변호사는 “이론적으로는 해박하다”면서도 “워낙 본인 소신이 강한 전형적인 ‘벙커’였다”고 말했다. 벙커란 한 번 빠지면 나오기 어려운 골프장 모래구덩이에 빗댄 은어로 후배 판사들의 극한 노동 강도를 당연히 여기는 인식 등이 있어 일하기 꺼려하는 부장판사를 일컫는다.

이 후보자는 사망에 따른 유족급여 지급여부를 판단하는 노동사건에서는 법리에 따라 다른 판단을 했다. 2012년 전남 화순의 한 병원에서 제초작업을 하던 일용직근로자가 동료 근로자의 운전 과실로 화단에서 피하다 넘어져 골절상을 당한 뒤 입원 중 뇌출혈이 발병해 사망한 사건에서 1심과 달리 업무상 재해로 보고 유족 손을 들어줬다.

반면 현대글로비스와 탁송 업무를 위탁 계약한 운전기사가 2012년 업무 중 강원도에서 다른 화물차와 충돌해 사망한 사건에선 산업재해가 아니라며 1심을 뒤집고 사측 손을 들어줬다.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하는 근로기준법상 노동자가 아니라는 이유였다. 업무성과에 따라 포상금이 지급되고 실시간 운행위치가 파악되는 등 사정이 보이지만 인사규정 등 적용을 받지 않았고 다른 회사와도 계약이 가능한 점 등을 감안했다.

대법원장은 국회 인사청문회를 실시한 후 본회의에서 임명동의안 표결을 거쳐 대통령이 임명한다. 국회의원 과반 출석, 과반 찬성을 얻어야 하는 만큼 국회가 여소야대인 상황에서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의 찬반이 최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후보자가 대법원장에 임명되면, 김명수 대법원장에 이어 대법관을 거치지 않고 대법원장을 맡는 이례적 사례가 된다. 역대 13명의 대법원장 중 대법관(군사정권 일정기간 대법원 판사)을 거치지 않은 인물은 1948년 임명된 김병로 초대 대법원장과 1961~1968년 재직한 조진만 3·4대 대법원장 뿐이다. 유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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