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구석구석 엿보기
다양한 문화 공존하는 ‘미소의 나라’ K팝·말춤 열풍 속 한국과 문화교류 활발
김과자·닭갈비등 한국입맛 현지공략 성공 한국식 트레이닝코스 스타산실로 자리매김
‘한국發’ 마케팅 통한 ‘셀 코리아’ 지속 기대
“픙 마짝 까올리.”
요즘 태국에서 흔히 듣는 인사말이다. ‘한국에서 막 왔어요’라는 뜻이다. 태국에는 지금 음식, 의류, 화장품, 엔터테인먼트까지 한국 이미지를 앞세운 마케팅이 다방면에서 활용되고 있다.
뜻을 몰라도 제품에 한글이 있으면 더욱 좋아한다. 한번은 방콕 도심 상점에서 ‘고맙합니다’(감사합니다의 오기)란 문구를 본 적도 있다. 자동번역기를 이용했을 법한 이 문구에 실소 대신 반가움이 앞섰다. 2000년대 초 시작된 태국 한류가 이젠 태국인에 의해 증폭되고 진화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방콕 짜오프라야강 어귀에는 도시의 상징물인 왓아룬Wat Arun)이 우뚝 서 있다.왕실의 전용 사원인 이 성전이 갖는 의미는 태국 말로 ‘아루나’ 즉 ‘새벽’이다. 태국인들은 새벽을 중시하며 부지런히 움직인다. ‘아침의 나라’라고 불리던 한국, 그리고 한국민의 기질과 통하는 대목이다.
태국인들에게 잘 알려진 ‘김주(Kimju)’라는 한국식당이 있다. 방콕 등 28곳에 매장을 가진 태국 최대의 한식 프랜차이즈다. 구레나룻을 기른 구수한 이미지의 한국인 김씨가 주인일 것 같지만, 사장은 토종 태국인이다. 2007년에 1호점을 낸 이래 개업 점포마다 손님이 장사진을 이루는 이곳에선 특이하게도 짜장면과 비빔밥, 떡볶이를 함께 판다.
그 이면엔 한류가 있다. 창업한 이듬해부터 2년 동안 태국 공중파 TV에선 총 86개의 한국드라마가 방송됐다. 한류를 활용한 마케팅이 먹힌 이유였다. 맛도 진화를 거듭했다.
태국 편의점 스테디셀러 중 ‘마시따(Masita)’라는 과자가 있다. 한국산 김이 반찬 아닌 과자로 현지화한 제품으로, 봉지에 ‘맛있다’라는 한글이 선명하다. 제품모델은 슈퍼주니어고, 사장은 태국인 젊은이인데, 한국 연예인 팬 미팅, 콘서트 등에 단골 후원업체로 나선다.
방콕 중심가에서 인기 있는 ‘닭갈비’ 집도 태국 청년 4명이 창업했다. 넷이 함께 한국에 여행 갔다가 춘천에서 먹은 닭갈비에 반해 차렸다고 한다. 방콕 백화점 요지마다 자리 잡은 이 레스토랑은 창업 2년 만에 매장이 6개로 늘어났다.
2000년대 초반 태국에서 인기를 끌던 ‘대장금’이 촉매제였다. 당시 피자집 전단지엔 태극기가 그려져 있고, 마케터는 한복을 입을 정도였다.
엔터테인먼트계에서도 한국을 잘 엮으면 절반은 성공이다. ‘2PM’의 닉쿤에 이어 ‘God7’의 뱀뱀, ‘타이니지’의 민트 등 태국계 스타들이 속속 K팝 무대를 장악해 나가고 있다. 이들은 태국 광고계가 선호하는 가수들이다. 나튜(Nathew), 비(Bie) 등 태국 연예계에 한국 현지 K팝 트레이닝을 받는 게 유행으로 자리잡고 있다. 한국내 유명기획사에 소속돼 데뷔를 앞둔 태국 출신 연습생도 10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 연예계는 언제부터인가 태국 청소년들에겐 희망이 됐다.
방송 영상분야에서도 ‘한국 촬영’ 후광이 있다. 2010년 태국에서 박스 오피스 1위를 기록한 영화 ‘헬로 스트레인저(Hello Stranger’는 한국 올로케 태국영화라는 마케팅 슬로건이 먹혔다. 덩달아 방한 태국인이 25%대 성장률로 크게 늘었다.
지난해 태국에서 큰 인기를 끈 ‘풀하우스’는 한국 원작을 토대로 ‘태국인에 의해, 태국인을 위해, 한국에서’ 촬영한 드라마였다. 태국인이 리메이크한 한국드라마가 태국 주변 10여국에 재판매됐으니 한국 홍보가 저절로 된 셈이 됐다. 싸이의 ‘강남스타일’ 뮤비를 미국 다음으로 많이 본 나라는 바로 태국이다.
주목할 점은 한국 문화의 유입이 지속되고 있지만, 태국인 누구도 경계하거나 자국 문화 위협 요인으로 여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 마디로 우수한 콘텐츠가 차별 없이 대접받는 곳이다.
태국도 본격적인 디지털TV 시대를 맞은 가운데, 사회가 안정되면서 경제성장과 소비심리 회복이 기대된다. 한국 컨셉트의 마케팅이 곳곳에서 더 활발해질 여지가 많다. ‘한국에서 막 왔다’란 말도 더욱 자주 들릴 것 같다.
bhjung@knto.or.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