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강됐던 장맛비…주말 다시 내린다

비로 약해진 지반, ‘산사태’ 위험 키워

전국 산사태 취약지역 1만1837곳

취약지역 아닌 곳도…산지 태양광도 우려

경북 예천군 감천면 벌방리 산사태 현장에서 한 주민이 산사태가 할퀸 마을에서 이동하고 있다. [연합]
경북 예천군 감천면 벌방리 산사태 현장에서 한 주민이 산사태가 할퀸 마을에서 이동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박혜원 기자] 주말 사이 전국 장맛비가 다시 예고된 가운데, 오랜 기간 내린 비로 전국 지반이 약해진 상황에서 산사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산사태 취약지역 외에도 산지 개발 등 사유로 별도 관리를 받지 못하는 산지 태양광 인근 거주민 등의 피해가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전문가들에 따르면 장마가 이어지면서 전국에 산사태 우려가 높아진 상태다. 최정해 경북대 지구환경학과 교수는 “극한호우에 달하는 비가 아니더라도, 현재까지 오랜 기간 비가 내린 상태이기 때문에 적은 강수량로도 산사태가 발생할 수 있을 정도로 전국적으로 지반이 약해진 상태”라고 분석했다.

기상청 역시 산사태 위험성을 강조했다. 잠시 소강상태였던 장맛비는 주말 사이 다시 예고된 상태다. 중국에서 발달한 장마전선이 다시 한반도에 접근하면서 오는 22일부터 23일 아침까지 강원도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강한 비가 내릴 예정이다. 현재 이 지역 예상 강수량은 시간당 50㎜다. 기상청 관계자는 “이 기간 강수량은 비교적 많지 않겠지만 적은 양에도 피해 가능성이 크다”며 “산사태와 낙석 관련 주의가 각별히 필요하다”고 했다.

이 기간 산지 인근 주민 피해가 잇따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산림청에 따르면 전국 산사태 취약지역은 1만1837곳이다. 이중 주말에 집중적으로 비가 내릴 예정인 강원시를 관할하는 동부지방산림청과 북부지방산림청이 각각 1382개소, 1004개소다. 그러나 산지 개발 등으로 인공 구조물이 들어선 지역의 경우 산사태 취약지역에서 제외되는만큼 피해 예상 지역은 더 광범위할 수 있다. 지난 13~19일 사이 내린 장맛비로 산사태 피해가 집중된 대부분 지역 역시 경북 영주 1곳을 제외하고는 경북 예천, 충남 논산 등이 모두 산사태 취약지역이 아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산사태 취약지역으로 지정되면 거주민 비상연락망 구축, 사방댐 등 산사태 예방시설 우선 설치, 연 2회 이상 현지점검 등의 관리를 받는다.

집중호우로 산사태 피해를 입은 경북 예천군 감천면 진평1교 인근 하천에서 경찰과 소방이 실종자를 수색하고 있다. [연합]
집중호우로 산사태 피해를 입은 경북 예천군 감천면 진평1교 인근 하천에서 경찰과 소방이 실종자를 수색하고 있다. [연합]

산지에 지어진 태양광 인근 지역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 13~18일 폭우가 집중적으로 내린 기간 총 38건의 산지태양광 피해가 접수됐다. 충북이 22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이밖에 경북(7건), 충남(6건), 전남(3건) 순이다. 피해 유형별로는 설비 침수(31건)이 가장 많았다. 아직 산지태양광 지역 산사태 피해는 접수되지 않았다. 조원철 연세대 토목공학과 명예교수는 “태양광은 대개 산 높은 곳이 아닌 산자락에 설치하면서, 흙을 쌓아 기둥을 세우기 때문에 무너질 위험이 크다”며 “설치 과정에서 잘라낸 나뭇가지들이 인근에 쌓여있다가 폭우 시 쏟아져내려 인근을 덮칠 수 있다는 것도 문제”라고 설명했다.

재생에너지 보급 사업으로 산지 태양광은 빠르게 늘고 있다. 신규 산지 태양광은 2018년 1841곳에서 2019년 3391, 2020년 3685곳, 2021년 2595곳으로 매년 설치돼 지난해 6월 기준 총 1만5220곳이다. 정부에선 2018년 산지 태양광 안전 관리를 위해 2018년 경사도 기준을 25도에서 15도로 낮추는 등 규제를 강화했지만 관리가 여전히 부실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산림청이 지난해 안병길 국민의힘 의원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산지 태양광 경사도 기준을 낮춘 이후 허가된 산지 태양광 중, 경사도가 확인된 3684건의 24%(884건)이 시행령상 경사도를 초과했다.

이와 관련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지난달부터 집중호우에 따른 태양광설비 피해 발생현황을 지속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피해가 발생한 발전사업자와 함께 신속하고 안전한 피해복구에 최선을 다할 계획이며 유관기관 협업 등을 통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안전관리에 만전을 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k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