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생 줄자… 찬 바람부는 고시원

월세 낮추고 빈 방 2개 내주기도

원룸으로 바꾸는 고시원도

6일 서울 동작구 노량진동의 한 원룸. 5개월 전만 해도 고시원이었던 곳이다. 박지영 기자.
6일 서울 동작구 노량진동의 한 원룸. 5개월 전만 해도 고시원이었던 곳이다. 박지영 기자.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 6일 방문한 서울 동작구 노량진동의 5층짜리 원룸. 이 곳은 5개월 전까지만 해도 한 층에 방이 10개인 4층짜리 고시원이었다. 고시원의 주인이었던 A씨는 “노량진 전체가 코로나 이후 회복하지 못했다”며 “7년 전 처음 고시원을 시작할 때만해도 자리가 없어서 대기를 걸어놓을 정도로 문전성시였는데, 공실이 늘어나면서 고시원을 정리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현장 수업대신 집에서 인터넷 강의를 듣는 수험생들로 불황을 겪었던 고시원. 지난 5월 사실상 엔데믹이 선언됐지만, 노량진 고시촌은 여전히 불황에서 회복을 하지 못하고 있다. 수험생들이 인강에 익숙해진데다, 공무원의 인기가 줄어들어 수험생 자체가 줄어든 탓이 크다. 방세를 낮추고 라면 등 식재를 추가로 제공해도 여전히 외면 받고 있다. A 씨처럼 아예 고시원 운영을 포기하기도 한다.

노량진에서 B고시원을 운영하는 C씨는 “코로나가 끝났지만 여전히 한 개층에 3개만 방이 차있는 상태다. 공실률로 따지면 75%”라며 “절반만 차도 고시원을 운영할 수 있는데, 빈 방이 너무 많아 적자를 메우기 위해 저녁 6시 이후에는 야간직 특수경비 일을 다닌다”고 토로했다.

D고시원 점주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코로나 내내 어려워서 코로나 끝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공실은 여전하다”며 “저녁에는 요양보호사 일도 겸하고 있다”고 했다. 빈 방을 메우기 위해 손 놓고만 있었던 건 아니다. 오래 사는 사람을 놓치고 싶지 않아 방세도 5만원 이상 낮추고, 기본 제공하던 라면을 원하는 사람에게만 주면서 자구책을 강구해봤지만 줄어드는 공시생의 공백을 메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건물 전체를 리모델링하고 있는 한 고시원. 박지영 기자
건물 전체를 리모델링하고 있는 한 고시원. 박지영 기자
한 고시원은 줄어드는 공시생을 잡기 위해 비데를 제공한다는 입간판을 걸어놨다. 박지영 기자
한 고시원은 줄어드는 공시생을 잡기 위해 비데를 제공한다는 입간판을 걸어놨다. 박지영 기자

행정안전부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2023년 9급 국가공무원 공개경쟁채용시험 원서 접수 인원은 12만1526명으로, 지난해 대비 4만여명 줄어든 수치다. 올해 경쟁률은 22.8대 1로, 1992년 이후 31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에 공시생을 한 명이라도 더 잡기 위해 고시원 전체를 리모델링하거나, 비데까지 갖췄다고 홍보하는 고시원도 있었다.

공실을 타개하기 위해 입주 기간을 일 단위로 받거나 6개월 이상 장기 거주하면 두 달은 10만원에 거주할 수 있는 이벤트도 여는 고시원도 있다. 기자가 한 고시원에 ‘한 달만 거주할 수 있냐’고 묻자 “기간 상관없이 언제든지 입주 가능하다”며 “입실하려는 양 옆방 모두 비어 있어 쾌적하게 쓸 수 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인근에서 자영업을 하는 유모씨는 “코로나로 불황일 때 계약한 방 이외 다른 방을 하나 더 주는 1+1 이벤트를 하는 고시원도 봤다”며 “하나는 옷방 또는 공부방, 하나는 잠만 자는 방으로 쓸 수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병훈 중앙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공무원 시험 열기가 그동안 과열돼 왔다고 볼 수 있는 것”이라며 “물 빠지듯 열기가 빠지고 공시생이 줄어들다 보니 상권이 타격을 받는 건 당연하기 때문에 앞으로 공시생 위주로 운영됐던 상권이 재조정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go@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