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곡살인’ 항소심도 1심과 형량 동일
직접 살인·가스라이팅 인정 안 돼
“심리적 주종관계 형성 통한 지배 여부 불명확”
[헤럴드경제=유동현 기자] ‘계곡 살인’ 사건 이은해가 항소심에서도 1심과 같이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핵심 쟁점 중 하나인 ‘가스라이팅(심리 지배)’에 대해 법원은 “심리적 주종관계 형성을 통한 지배 여부가 불명확하다”고 판단했다.
서울고법 형사6-1부(부장 원종찬·박원철·이의영)는 26일 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이은해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공범 조현수도 1심과 같이 징역 30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양형이 과하다’는 이은해 측 주장에 대해 “보험금을 노리고 2차례 살인 미수, 살인으로 죄책이 무겁다”며 “그럼에도 양심의 가책 없이 보험금을 청구했고, 피해자 유족의 고통이 상당함에도 피해 회복이 전혀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항소심에서도 ‘작위에 의한 살인(직접 살인)’은 인정되지 않았다. 1심과 같이 부작위에 의한 살인으로 판단했다. 부작위란, 마땅히 해야 할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이씨와 조씨가 피해자인 남편 윤모 씨를 보호해야 할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이씨와 조씨는 계획적으로 구조활동을 하지 않았거나 구조활동 외관만 만들었다고 판단된다”고 했다. 당시 조씨가 튜브를 타고 윤씨를 향해 느리게 이동한 점, 구호튜브를 가져온 뒤 즉각 움직이지 않은 점, 사고 당시 다른 일행에게 현장을 이탈하게 한 점 등을 고려했다.
재판부는 가스라이팅에 의한 살인도 “증거가 부족하다”며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가스라이팅 요소가 몇 가지 있지만 심리적 주종관계 형성을 통한 지배 여부가 불명확하다”며 “(이씨가) 경제적 수단을 통제한 반면 피해자 자체에 대한 통제 의도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당시 생활고에 시달리던 윤씨가 이씨에게 선물을 준 행동이 ‘상대방에 대한 진심’이라고 본 전문가 진술 등도 뒷받침됐다.
검찰 측이 주장한 ‘심리적 굴종 상태에 의한 작위살인’에 대해서도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해자가 심리적 굴종 상태에서 살해당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이들은 2019년 6월 30일 오후 8시24분 경기 가평군 용소계곡에서 수영을 못하는 이씨의 남편 윤씨에게 4m 높이의 바위에서 다이빙할 것을 강요해 3m 깊이 물에 빠져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2019년 2월 강원 양양군 펜션에서 윤씨에게 독이 든 복어 정소와 피 등을 섞은 음식을 먹이고, 같은 해 5월엔 경기 용인시 소재 한 낚시터에 윤씨를 빠뜨려 살해하려 한 혐의 등도 받고 있다. 이들은 검찰 2차 조사를 앞둔 지난해 12월 14일께 잠적한 뒤 4개월 만인 지난 4월 16일 경기 고양시 덕양구 3호선 삼송역 인근 오피스텔에서 검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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