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기훈 기자] 음악ㆍ공연 등 예술흥행비자(E6)를 발급받아 국내 체류 중인 이주민 2명 중 1명은 계약서상 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주민 여성 상당수가 성폭력을 경험하는 등 심각한 인권침해를 당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가인권위원회가 16일 발표한 ‘예술흥행비자(E6) 소지 이주민 인권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놀이공원 근로자를 제외한 예술흥행 분야 이주민 129명 중 65명(53.4%)은 계약서 상의 임금을 제대로 지급받지 못했다고 응답했다.
계약서 상 임금의 최대 80%를 공제한 금액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이는 고용업체가 수수료와 입국비용 등 명목으로 임금의 상당 부분을 부당하게 챙기기 때문으로 드러났다.
전체 응답자 151명 중 95명(62.9%)은 계약서와 다른 업무를 강요받거나 계약서의 업무내용 자체를 모른 채 입국했다.
이들이 원하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이 할 수밖에 없었던 업무는 고객 말벗(42.9%), 성매매(18.3%), 랩댄스(17.5%), 출장 데이트(15.9%) 순으로 많았다.
근무시간 및 휴일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고 응답한 비율도 각각 49.6%, 44.9%에 달했다.
또 이주민 다수가 폭력에 노출돼 있었다. 전체 조사 대상자 151명 가운데 절반이 넘는 83명(55%)이 성폭력 피해를 겪은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여성 응답자 120명 가운데 82명(68%)은 성적 관계를 강요받거나 원치않는 신체 접촉을 당하는 등 성폭력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여권이나 외국인 등록증을 고용업체 측이 압류하고 있다는 응답도 각각 46%, 49.1%에 달했다. 언어폭력ㆍ물리적 폭력을 겪었다는 비율은 각각 53.0%, 46.4%를 차지했다.
아동 노동 실태도 우려할 만한 수준이었다. 테마파크에 종사하는 몽골 이주민 15명 가운데 8명(53.3%), 필리핀 이주민 114명 중 5명(4.3%)이 미성년자로 확인됐다. 이들은 보호자와 떨어져 학업이 중단된 상태였으며 제대로 된 보살핌을 받을 수 없는 열악한 환경에 처해있었다.
특히 이 같은 상황은 전형적 인신매매 피해로 규정될 수 있어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와 인종차별철폐위원회 등이 한국 정부에 시정을 권고한 바 있다고 인권위는 설명했다.
이번 조사는 한중대 사회복지연구소가 지난 7월부터 약 5개월간 예술흥행비자를 소지한 이주민 151명을 대상으로 설문 및 심층면접 등을 통해 진행했다.
이병렬 한중대 사회복지연구소 소장은 “예술흥행 체류 자격을 통합해 공연법상 규정에 따라 비자를 발급하고, 근로감독관의 상시 점검과 피해자에 대한 안정적인 체류자격 보장 등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인권위는 17일 오전 10시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호텔에서 이번 실태조사에 대한 발표회를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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