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식당’에서 윤여정 대신 이서진으로
해외에 차린 한식당 통한 감성힐링예능
조직사회의 생리 느낄 수 있는 세심함
최우식·뷔 좌충우돌 멘트 웃음 포인트
대한민국에서 가장 시청률이 많이 나오는 예능은 SBS ‘미운 오리 새끼’(이하 ‘미우새’)다. 8년차 예능인데도 시청률이 11~15% 사이를 유지한다. 20~40대 시청률로만 계산하면, ‘미우새’는 KBS 주말드라마보다도 높은 막강 ‘1위’다. 미우새의 20~40대 시청률은 5%대로, 이 연령층을 타깃으로 한 예능 ‘나혼자 산다’(시청률 4%) 보다 높게 나온다.
‘미우새’처럼 오래되고 그래서 식상하기까지 한, 일명 ‘사골 예능’이 꾸준한 인기를 끌고 있다. 익숙함으로 무장한 사골 예능들은 일정한 수준의 시청률을 유지하는 KBS 주말 드라마처럼 ‘예능계의 주말 드라마’로 소비되면서 일정 수준 이상의 시청률을 유지하고 있다는 게 방송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늘 새로운 즐거움을 보여줘야 했던 기존의 패턴에서 살짝 비켜난 셈이다.
물론 ‘사골 예능’이라는 단어에서 풍기는 뉘앙스는 긍정적이지는 않다. 똑같은 내용을 계속 우려먹는 예능이라는 뜻의 사골 예능은 새로움을 추구해야 할 예능이 비슷한 스타일을 반복해선 안된다는 비판적 시각이 저변에 깔려있다. 대중문화 콘텐츠가 ‘익숙함과 새로움 사이, 고민의 산물’이라고 하지만, 예능이라는 장르에서 같은 것을 반복하는 일은 예능 제작자들은 물론, 시청자들 역시 바라는 바는 아니다.
그럼에도 사골 예능이 꾸준한 사랑을 받는 이유는 뭘까. 익숙함 사이에서 새로운 디테일이 추가되며 예상치 못한 웃음을 주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능이 바로 ‘뿅뿅 지구오락실(이하 지락실)’이다.
‘지락실’은 이미 대중적 인기를 끈 ‘신서유기’의 콘셉트를 따르면서도 이를 재배열한 프로그램이다. ‘신서유기’가 강호등 등 여섯 요괴들의 용볼 쟁탈전으로, 제작진과 출연자(플레이어)가 게임을 해서 질 때마다 나영석 PD가 반찬을 한 개씩 뺏어간다. 당연히 프로그램 내부에서 권력자는 나 PD다.
하지만 지락실은 신서유기와 같은 콘셉트를 따르지만 상황은 다르게 전개된다. 안유진·이영지 등 여성 출연자들이 미션을 너무 빨리 해결해버려 방송 분량이 안 나오는 사태까지 벌어진다. 덕분에 프로그램 내 권력은 나 PD가 아니라 출연자들에게 넘어갔다. 신서유기의 익숙함을 갖고 있지만, 그 프로그램에서 결코 볼 수 없는 디테일을 가진 셈이다.
나 PD가 최근 선보인 ‘서진이네’ 역시 마찬가지다. 제작 발표회 당시까지만 해도 ‘서진이네’는 인기 예능인 ‘윤식당’에서 윤여정 대신 이서진으로만 바꿔 콘셉트가 뻔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당시 비판이 무색하게 에피소드가 공개된 이후 해당 프로그램의 시청률은 7~9%나 나오고 있다.
‘서진이네’ 역시 익숙함을 바탕으로 새로운 디테일을 뽑아내는 영리한 전략을 쓰고 있다. 해외에 차린 한식당을 통한 감성 힐링 예능 ‘윤식당’의 플롯을 따라가면서도 식당 자체에서 조직 사회의 생리를 느낄 수 있는 디테일을 새로 추가했다. 매출에 신경 쓰는 이서진 사장과, 오랜 기간 식당을 지킨 개국공신 임원 정유미와 박서준, 이들 사이에서 눈치를 봐야 하는 인턴 최우식과 뷔 등은 조직 생활에서 있을법한 갈등이 생기긴 하지만 원만하게 풀어지며 재미가 더한다.
아직 정직원이 되지 못한 최우식과 뷔가 좌충우돌하는 부분도 웃음 포인트다. 서로 절친이지만, 최우식이 조직에 순응하는 캐릭터라면 뷔는 자유로운 영혼으로 다른 점이 많아 특정 상황에 대처하는 방법이 각자 다르다. 특히 이 사장의 독려로 3일 만에 가게 매출이 1만 페소를 넘겼지만 뷔는 “나 한국 갈 거야. 이건 사기계약이야”라고 말하는 식이다.
또 손님이 많이 들어오면 보조개가 들어간 자본주의 미소를 띠는 이 사장을 두고 “사장님은 지킬 앤 하이드를 보는 것 같다”고 한다거나 “저 좀 쉴래요” “이게 하얗게 불태웠다는 거구나. 나는 이 말을 무대에서만 쓰는 줄 알았는데” 등 어록급 멘트들이 쉬지 않고 나온다.
‘서진이네’를 방문한 손님들도 뷔를 알아보고는 “(캐나다 출신인) 드레이크와 포스트 말론이 미국에서 일하고 있는 거야. BTS가 (여기서 이러고 있는 건)” 이 역시 같은 콘셉트의 ‘윤식당’에선 찾아볼 수 없는 디테일이다. 서병기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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