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정말 지나가고 있나 보다. 거의 3년 만에 대면강의가 진행됐다. 이번 학기엔 로스쿨생들을 대상으로 법조윤리를 강의한다.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화면이 아니라 실제로 마주대하니 감회가 새롭다. 화상강의가 단점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역시 강의는 현장에서 소통하면서 진행돼야 맛이 난다.
갑오개혁 이래 사법제도의 최대 변화라는 로스쿨이 2009년 3월 개원한 지 벌써 14년이 지났다. 2007년 7월 27일 공포된 ‘법학전문대학원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은 제2조에서 “법학전문대학원의 교육이념은 국민의 다양한 기대와 요청에 부응하는 양질의 법률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하여 풍부한 교양, 인간 및 사회에 대한 깊은 이해와 자유·평등·정의를 지향하는 가치관을 바탕으로 건전한 직업윤리관과 복잡다기한 법적 분쟁을 전문적·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지식 및 능력을 갖춘 법조인의 양성에 있다”고 선언하고 있다.
현재 시점에서 위 조항이 제대로 실행되고 있는지를 묻는다면 절반의 성공, 절반의 실패라 답하고 싶다. 사법연수원을 나와 대한변호사협회장까지 하고, 십수년간 법대와 로스쿨에서 교수로 강의한 경험을 바탕으로 한 냉정한 평가다. 필자는 처음에는 도입에 반대했지만 로스쿨이 도입된 후에는 사법시험을 폐지하고 로스쿨로 법조인 양성제도를 단일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본의 사례에서 확인되듯이 사법시험과 로스쿨을 병행하면 소수의 사법시험 출신들이 법조계의 하나회가 될 것이 분명히 예상됐기 때문이다. 로스쿨은 실패한 제도가 아니다. 법조계의 구성을 다양하게 만든 것은 법률에서 규정한 교육이념을 실현한 것으로 평가된다. 최근 법률신문의 기사에 의하면 로스쿨 출신 법관 357명 가운데 서울대 로스쿨 출신이 17.6%로 가장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방점을 서울대 로스쿨 출신이 가장 많다에 둘 것인지, 아니면 17.6%에 둘 것인지에 따라 위 조사의 의미는 전혀 반대의 해석이 가능하다. 로스쿨 도입 이전에는 법관은 서울대, 그것도 법대 출신이 많았다. 차관급 예우를 받은 고등법원 부장판사는 거의 서울대 법대가 독점했다.
로스쿨에는 학부에서 다양한 전공을 한 학생이 많다. 재판이 이뤄지는 영역은 무궁무진한데 법대 출신 판사가 세상사를 다 안다는 듯이 판결하는 것이 완벽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이처럼 다양한 경력의 법조인이 배출되고 있다는 것은 국민을 위한 사법 서비스가 더 충실해지는 것이므로 로스쿨의 순기능으로 인정받을 만하다.
문제는 다양한 전공의 로스쿨생들이 변호사시험이라는 좁은 관문을 통과하기 위해 다시 획일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시험용 법학 과목 중심으로 법대가 운영되던 과거 사법시험과 차이가 없어지고 있다. 인권법이나 북한법, 도산법, 국제중재 등 변호사시험 과목이 아니지만 법조인으로서 관심을 둘 만한 다양한 법과목이 소리 소문 없이 로스쿨 강의에서 사라졌다. 로스쿨의 절반의 실패는 교육과정과 교과목의 획일화에 있다. 4월이 되면 제12회 변호사시험 합격자가 발표될 것이다. 해마다 대한변협과 로스쿨 간에 100명 내외의 합격자 증감을 놓고 하는 줄다리기에서 이제는 벗어나 로스쿨이 제대로 기능할 수 있는 교육과정의 재정비에 힘을 합쳐야 할 때다.
이찬희 법무법인 율촌 고문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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