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가대표 축구선수를 꿈꾸는 학생이 있었다. 주전으로 뛸 정도로 유망주였지만 중학교 2학년 때 축구를 그만 둘 수밖에 없었다. 집안형편 때문이었다. 방황은 시작되었다. 인문계고등학교에 입학했으나 중간에 전문계고로 전학해야만 했다. 군복무를 마친 뒤 수능을 준비했다. 인수분해조차 몰랐던 그는 대학에 합격해 지금은 변호사를 꿈꾸고 있다. “EBS 덕분에 7개월 동안 미친 듯이 공부에 열중 할 수 있었다”는 게 이 학생의 말이다.
# 미혼모의 딸이 있었다. 어머니와 단 둘이서 ‘노숙인의 집’에서 줄곧 살아왔다. 학원 다니는 것은 꿈과 같이 얘기였다. 그러나 어려운 환경 속에서 노력하여 4년제 대학의 장학생으로 당당히 합격했다. 그는 영양사가 되어 꼴찌도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데 힘을 보태겠다는 포부를 밝힌다. 그는 대학 합격의 성공 요인으로 어머니와 EBS를 꼽는다. EBS 강의프로그램은 물론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대입 수시전형을 준비할 수 있었다고 그는 말한다.
# 전남 광양시 봉강면에 자리 잡은 광양고등학교. 면 단위에 위치한 작은 이 학교가 요즘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도시에 있는 학교보다 더 나은 상위권 대학 입학 실적을 거둔 덕분이다. 학생들에게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주고, 지역에서는 ‘학교를 믿고 함께하기’ 실천했다는 게 조관훈 교장의 자랑이다. 이 학교의 박상희 교사는 “국어만 43종에 달하는 검인정 교과서체제에서 EBS연계정책은 공부범위를 제한함으로써 학습 부담을 덜어주어, 지역의 학생들이 사교육을 받는 도시 학생들을 따라잡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한다“고 말한다.
이처럼 EBS 수능강의는 굳이 전문연구기관이 분석한 연간 1조원 이상의 사교육비 경감효과를 언급하지 않더라도, 지역과 경제적 격차로 인한 생겨나는 교육 불평등을 해소하는데 기여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수능제도의 변화 논의에 대해 지역에서는 불안감을 감추지 못한다. 최근 부산에서 만난 한 고등학교 교사는 “지역의 사정을 서울과 같이 생각해서는 안된다”고 말한다. 또 다른 교사는 “최근 수능출제오류로 불거진 논란으로 혹시나 EBS 연계정책에 영향을 받지 않을까”라며 우려를 나타낸다.
수능 연계 정책은 적어도 지금 고등학교 1학년생이 수능을 치를 때까지는 유효한 정책이다. 교육부가 지난해 10월 발표한 ‘대입간소화 정책’은 한국사 과목을 필수로 지정하는 것과 더불어 EBS수능 연계를 2017학년도 수능에서도 이어가겠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벌써부터 그 이후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수능출제오류로 나온 최근 수능제도개선 논의 과정에서 학교현장은 물론이고 또 하나의 교육주체인 학부모의 의견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특히, 지역의 학생, 학부모와 교사들의 생각을 세심하게 청취하면 정교한 개선안을 만드는 데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