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전셋값 하락 커 갈아타기 수요 급증
3월 초까지 학군지로 전세 이동 이어질듯
#. 서울시 성동구 옥수동 한 대단지 아파트 거주하는 30대 후반 A씨는 살고있는 아파트 한 층이 본인 가구를 제외하고는 비어있다. 전세가가 속절없이 떨어지자, 전세로 살고있던 이웃들이 모두 강남 학군지로 이사를 갔기 때문이다. 강남권 전셋값이 높아 교통이 인접한 곳에 전세를 살던 ‘맹모(부)’들이 전세가 하락이 심화된 현 시점에서 이동을 결심한 것으로 풀이된다.
#. 두 아이를 둔 B씨도 서초구 반포동 전세 매물을 알아보는 중이다. B씨는 “강남쪽 전세가 많이 떨어진 상황에서 내년 아이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반포 부근 아파트를 물색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시장 하락기 상급지로 이동을 마음먹은 C씨도 “초등학교 자녀를 위해 지금 살고있는 곳 근처 학군지로 매수를 할 예정인데, 거주는 전세가격이 떨어진 대치동을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서울 강남 일대 입주가 집중되는 여파로 이른바 학군지의 전세 가격 하락이 장기화하자 이른바 교육의 상급지 이동을 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흐름에도 학군지 일대의 전세 가격은 여전히 약세 흐름을 보이고 있으며, 당분간은 회복이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27일 KB부동산에 따르면 최근 1년간(이달 20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12.41% 하락했는데 서초(-12.48%), 강남(-16.53%), 송파(-18.09%) 등 강남 3구의 경우 하락률이 더 큰 것으로 집계됐다.
강남 지역은 고가 아파트가 많은 만큼 전셋값 하락폭 역시 다른 지역에 비해 큰 상황이다.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단지별로 보면 17억원까지 갔던 도곡렉슬 전용 59㎡ 전세 매물은 이달 6억5000만원에 손이 바뀌었다. 개포 우성1차 전용 127㎡ 전세 매물도 최고 22억원에서 8억원으로 급락했다.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전용 59㎡는 최고 18억5000만원에서 6억7000만원으로, 반포자이 전용 59㎡는 16억원에서 5억6000만원으로 각각 60%대 하락을 기록했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 84㎡는 재작년 9월 10억원에 전세 신고가를 찍었다가 최근 5억원대에 거래됐다. 인근 부동산에 따르면 저층 수리가 안된 아파드들 중에는 4억 5000만원대 호가도 나오고 있다. 전용 76㎡ 매물은 이달 7일 3억 5000만원에 전세 계약되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과거 9억원에 전세계약을 맺었던 집주인들은 재계약을 하며 3~4억원을 돌려주기도 한다. 또는 목돈이 없는 임대인들은 1억원 당 30만원씩 세입자에 역월세를 주기도 한다.
인근 한 공인중개사무소는 “과거 새 학기를 앞둔 겨울방학이 되면 1~2억원은 올랐던 아파트가 최근에는 수억원씩 떨어지고 있다”며 “한때는 아파트 전세매물이 품귀 현상을 겪어 인근 연립·다세대 주택까지 그 여파가 미치기도 했는데 완전히 상황이 달라졌다”고 했다.
강남구 전셋값이 지난주에도 1.24% 떨어지며 30주 연속 내리는 등 하락이 이어지는 상황이지만 공급 예정인 물량을 보면 당분간은 이같은 전셋값의 회복을 점치기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서울시는 올해 서울 아파트 입주물량 27%가 강남에 집중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당장 이달 29일 개포주공4단지를 재건축한 개포자이프레지던스(3375가구)가 입주를 앞두고 있고, 8월에는 반포에 신반포3차·23차·경남아파트를 재건축한 래미안 원베일리(2990가구)가 공급된다. 이들 입주 시점에는 수분양자가 잔금 납부 등을 위해 전세 세입자를 구할 가능성이 높아 전셋값의 추가 하락이 불가피하다.
이에 따라 가격이 떨어진 전세 매물을 노린 ‘전세 상급지 이동’ 움직임도 앞으로 보다 늘어날 전망이다.
실제 전세 시장에서는 가격이 크게 떨어지자 전세 계약 비중이 일부 증가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1월 서울지역에서 체결된 전월세 신규계약에서 전세의 비중은 57.8%( 4752건)으로 직전달보다 11.9%포인트 늘어났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서울은 지난달 들어 송파, 강동 등을 중심으로 전세 신규계약이 늘면서 직전 월 대비 거래건수와 비중이 모두 증가했다”며 “최근 입주물량이 집중되면서 전셋값이 크게 내렸고, 전세 갈아타기 수요가 늘어난 것이 거래 증가를 이끈 것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서영상·박자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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