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전 실장 등 4명 국정원법상 직권남용 혐의 적용
검찰 “北에 강제송환해 공무원들 의무없는 일 하게 해”
최종 책임자는 정 전 실장으로 판단
[헤럴드경제=안대용 기자] 탈북어민 강제북송 사건을 수사하는 검찰이 28일 정의용 전 국가안보실장 등 문재인 정부 고위관계자 4명을 재판에 넘겼다. 당시 탈북어민 2명에 대한 북송 결정이 합법적인 정책 판단이었는지, 형사책임을 규명할 절차적 문제가 있는 행위였는지 여부는 법원에서 가려지게 됐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3부(부장 이준범)는 이날 국가정보원법상 직권남용 혐의로 정 전 실장, 서훈 전 국가정보원장, 노영민 전 대통령 비서실장, 김연철 전 통일부장관을 각각 불구속 기소했다. 서 전 실장에 대해선 허위공문서작성 및 허위작성공문서행사 혐의도 적용했다.
2019년 11월 당시 귀순 의사를 밝힌 탈북어민 2명에 대해 통상의 경우보다 빨리 합동신문 절차가 조기 종료되고 실제 북송 조치가 이뤄졌는데, 북송 판단부터 조치까지 일련의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당시 북송된 2명에 대한 합동조사는 3일 만에 마무리됐고, 선박 나포부터 북송까지 전체 과정은 5일이 걸렸다.
검찰에 따르면 정 전 실장 등 4명은 공모해 당시 탈북어민 2명을 북한으로 강제송환 하게 함으로써 관계 공무원들로 하여금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고, 이 탈북어민들이 대한민국 법령과 적법절차에 따라 대한민국에 체류해 재판받을 권리 등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방해한 혐의를 받는다.
또 정 전 실장과 서 전 원장은 강제북송 방침에 따라 중앙합동정보 조사를 중단·조기 종결하도록 해 중앙합동정보조사팀의 조사권 행사를 방해한 혐의도 받는다.
서 전 원장에 대해선 합동조사 관련 허위 보고서를 작성하도록 한 후 통일부에 배포하도록 한 혐의도 적용됐다. 검찰은 서 전 원장이 중앙합동정보조사팀의 조사결과보고서상 탈북어민들의 귀순요청 사실을 삭제하고, 중앙합동정보조사가 계속 중인데도 조사가 종결된 것처럼 기재하도록 했다고 봤다.
검찰은 최고 책임자를 정 전 실장으로 판단하고, 문재인 전 대통령에 대해선 조사없이 사실상 수사를 일단락했다.
이 사건은 지난해 7월 국가정보원과 시민단체 고발로 수사가 본격화됐다. 수사가 시작될 때부터 사실관계보단 법리 판단이 수사의 주요 쟁점으로 꼽혀 왔다. 문재인정부에선 탈북어민들이 살인 등 중대한 비정치적 범죄를 저질러 북한이탈주민법상 보호 대상이 아니고, 사회로 편입되면 국민 생명과 안전에 위협이 되기 때문에 북송했다고 밝혔다. 선원인 이들 2명이 동료 16명을 살해한 흉악범이기 때문에 북송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윤석열정부는 지난 정부와 달리 이들에 대한 북송이 반인도적 조치였다고 기존 정부 입장을 뒤집었다.
고발로 시작된 수사에서는 북송된 이들의 귀순 의사를 인정할 것인지 여부 등이 쟁점이 됐다. 당시 안보실 최고 책임자였던 정 전 실장도 검찰 조사에서 북한 주민인 탈북어민들이 흉악범이었고 귀순 의사의 진정성이 없었기 때문에 종합적인 검토를 통해 북송 결정했고, 북한 주민인 탈북어민들을 무조건 대한민국 국민이라고 볼 수만은 없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전 실장은 지난달 31일과 이달 1일 피고발인 신분 조사를 받았다.
반면 검찰은 귀순 목적과 귀순 의사를 구별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설령 이들이 저지른 범죄에 대한 처벌을 피할 목적으로 귀순하겠다고 했어도 귀순 의사가 있었다는 점은 별개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또 정 전 실장 등 책임자들이 북송 방침을 미리 정하고서 합동조사를 조기에 종료시켰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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