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의 말은 자주 바뀐다. 심지어 자신의 허물을 상대에게 뒤집어씌우는 경우도 많다. 예컨대 곽상도 전 의원은 2019년 ‘조국 사태’ 당시 “부모를 보고 딸의 장학금이 나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런데 후일 밝혀진 김만배 씨의 육성 녹취록엔 곽 전 의원의 아들 병채 씨가 50억원을 받은 이유를 ‘곽상도에게 준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곽 전 의원은 자신이 저지른 비위행위 방식으로 다른 이도 그렇게 했을 것이라 추정했다. 개 눈에는 똥만 보이고, 망치 든 사람에겐 못만 보인다. 곽 전 의원은 조국 딸이 ‘포르셰를 탄다’는 가짜 뉴스를 퍼 날랐으나 실제론 자신의 아들이 포르셰를 탔다. 부끄럽지 않은가.
국민의힘 당대표선거 토론회에서도 식언(食言) 몇 장면이 나왔다. 김기현 후보가 안철수 후보를 대상으로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던 ‘대권 꿈 꾸는 당대표는 안 된다’는 주장이 다시 소환됐다. 과거 김 후보도 ‘나는 대통령이 꿈’이라고 했던 사실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토론회에서 사회자는 ‘지금도 대통령 꿈이 유효하냐’고 물었다. 김 후보는 “지금은 사심을 버렸다. 대권 욕심을 버리고 당대표선거에 나선 것”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최소한 대통령이 꿈인 사람을 ‘대권주자라서 당대표는 안 된다’고 비판해서는 안 되는 것 아닌가.
안 후보 역시 과거 자신의 발언이 자신을 공격하는 단초가 됐다. 안 후보는 지난 2021년 대선 당시 “내수용 법조인 대통령(윤석열), 대한민국 지킬 수 없다”고 말했다. 야권 단일화 가능성은 없다고 주장하면서다. 그런데 지금은 ‘내수용 법조인’이 대통령이 됐다. 안 후보의 말은 어떻게 바뀌었을까. 안 후보는 “앞에 빠진 부분이 있다”고 대꾸했다. 안 후보는 지난 대선 당시 “1년만 지나면 내가 그 사람 뽑은 손가락 자르고 싶을 것”이라고 한 바 있다. 최근 안 후보는 “윤석열이라고는 안 했다”고 반박했다. 온라인에선 ‘주어가 없다’고 했던 ‘나경원 시즌 2냐’는 조롱이 넘친다.
묵직한 소신파도 있다. 황교안 후보는 지난 2020년 치러진 국회의원선거(총선)에 북한 간첩이 개입했다고 주장했다. 황 후보는 ‘생각에 변화가 없냐’는 사회자 질문에 “제 답은 팩트를 이야기한 것”이라고 말했다. 다행일까. 황 후보는 당대표 당선권에선 멀다. 황 후보에겐 2020년 총선 당시 코로나19 초기의 성공적 방역과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 상승이 총선 패배 원인이 됐다는 것엔 눈 감았다. 그 어떤 직역보다 ‘세상의 중심은 나’라는 생각이 강한 사람들의 모임이 정치인이기도 하다.
국회에선 선거구제 개편 논의가 한창이다. 모든 국회의원은 안다. 국회의원 숫자를 늘리지 않고선 그 어떤 제도 변화도 불가능하다는 점을. 그러나 누구도 ‘의원 숫자를 늘리자’는 얘기는 꺼내지 않는다. 만났던 국회의원들은 이구동성 ‘국민이 용인치 않는다’고 했다. 말을 했던 본인들이 자신의 말을 지키지 않는데 누가 그들을 믿을 것인가. 안타깝게 확언한다. 선거구제 변경은 불가능하다. 정치인들이 자신의 말을 먹어버리는 식언(食言)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고, 그에 비례해 국회에 대한 국민 신뢰도는 최저치를 꾸준히 갱신해나갈 것이기 때문이다.
hong@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