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조합 서류 비치‧보존 의무 이행점검 결과 발표
“양대노총, 법에 근거한 정부 요구에 조직적으로 불응”
17일부터 14일간 시정기간 부여...내달 15일부터 과태료 부과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정부가 노동조합에 회계 투명성과 관련 증빙자료를 제출할 것을 요구했지만 노조 열 곳 중 여섯 곳은 자료를 제대로 제출하지 않았다.
고용노동부는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등 양대노총에서 법에 근거한 정부의 요구에 조직적으로 불응한 결과라며 이는 관련된 현행 법 조항을 위반해 ‘깜깜이 회계’라는 불신을 자초하는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고용부는 미제출 노조에 대해 오는 17일부터 14일 이내에 제출토록 요구하고, 그래도 제출하지 않을 경우 과태료를 부과할 방침이다.
고용부가 16일 공개한 ‘노동조합의 서류 비치·보존 의무 이행점검 결과’에 따르면 제출 마감일인 전날 24시 기준 2021년 이후 해산신고된 노조를 제외한 유효한 점검대상 327개 가운데 정부 요구에 따라 자료를 제출한 노조는 36.7%(120개) 뿐이다. 나머지 63.3%에 달하는 207개 노조는 자료를 제대로 제출하지 않았다. 특히 점검 결과 일체를 제출하지 않은 노조가 16.5%(54개)에 달했고, 자율점검결과서나 표지는 제출했지만 내지를 제출하지 않은 등의 노조도 153개(46.8%)에 달했다.
노동조합 회계투명성을 노동개혁 과제 첫 머리에 올린 고용부는 지난해 12월 29일부터 올해 1월 31일까지 조합원 수 1000명 이상의 단위노동조합과 연합단체 334개(민간 253개, 공무원·교원노조 81개)를 대상으로 자율점검에 나섰다. 이후 대상 노조에 이달 1일부터 15일까지 고용부 본부·지방노동관서 등 행정관청에 자율점검결과서와 회계장부 표지 1쪽과 내지 1쪽을 증빙자료로 제출토록 요구했다.
하지만 이런 요구에 양대노총은 내지까지 제출토록 한 것은 노조의 자주성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다만 이날 고용부는 “노조 자주성을 보장하기 위해 노조가 자율적으로 비치·보존 여부를 점검하고, 겉표지와 내지 1쪽씩만을 첨부토록 하는 등 부담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점검 결과를 보고하도록 했음에도 대다수 노조가 자료를 제대로 내지 않았다”고 말했다.
고용부는 특히 이런 결과가 발생한 원인을 양대노총에서 내지 제출을 거부토록 지침을 배포한 탓이라고 봤다. 실제 상급단체를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으로 둔 노조의 제출율은 각각 24.6%, 38.7%에 그쳤다. 이에 비해 전국노총·대한노총·미가맹 노조의 제출율은 41.6%였다. 특히 민주노총의 경우 내지까지 제출한 노조는 16개에 그쳤다. 이에 비해 한국노총은 사전에 총연맹차원에서 내지 제출을 거부하는 내용의 대응 지침에도 67개 노조가 내지까지 제출했다.
조직형태별 제출비율은 ▷기업별노조 등(46.2%) ▷산별노조 및 지역·업종별 노조 등 초기업노조(30.4%) ▷연맹·총연맹 등 연합단체(20.3%) 순으로 나타났다. 사회적 책임이 큼에도 기업별노조 보다는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초기업노조, 연합단체가 현행법상의 의무를 지키지 않은 비율이 높았다. 조직대상별로는 ▷공무원·교원 노동조합(48.1%) ▷일반 노동조합(33.1%)으로 상대적으로 공무원·교원 노동조합 제출비율이 높게 나타났지만, 공공부문노동조합도 제출 비율이 절반 이하로 회계투명성 관련된 법 준수 의식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부는 자율점검결과서와 증빙자료를 모두 제출한 120개 노조에 대해선 보존 비치 여부에 이상이 없으면 행정종결한다. 전체 미제출·일부 미제출 노조 207개에 대해선 오는 17일부터 14일간 시정기간을 부여하고, 그래도 제출하지 않는다면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시정기간 노조는 고용부에 출석하거나 서면으로 의견을 제출해 소명할 수 있다. 이르면 내달 15일엔 과태료 부과 절차가 개시될 것으로 보인다.
만약 미제출 노조가 끝까지 관련 자료를 제출하지 않고, 서류 비치·보존에 대한 소명도 하지 못할 경우 고용부는 ‘질서위반행위규제법’에 근거해 서류 비치·보존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현장조사도 병행할 계획이다. 노조가 현장조사를 거부·방해 또는 기피하는 경우엔 ‘질서위반행위규제법’에 따라 마찬가지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 부과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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