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여야로부터 실망한 이념적 중도층이 늘고 있다. 지지층만 보는 편 가르기 정치가 여야 할 것 없이 일상화된 까닭이다. 중도층을 내쫓는 정치는 ‘정치양극화’를 가속화하고 국민갈등을 악화시킨다. 경제도, 정치도 허리가 중요하다. 경제에선 중산층, 정치에선 중도층이 두터워야 한다. 이들이 위기의 연쇄적인 충격을 이겨낼 ‘완충지대’이자 재도약을 위한 원동력이기 때문이다. 국민이 계층과 이념으로 부열되면 국가는 위기극복을 할 힘을 찾기 어렵다. 포용과 통합이 그래서 중요하다.
우선 윤석열 대통령의 직무수행에 대한 중도층의 평가가 더 냉담해졌다. 한국갤럽의 2월 2주차(7~9일) 주간 정기조사에서 이념적 중도층은 70%가 윤 대통령이 일을 잘못하고 있다고 답했다. ‘잘하고 있다’는 긍정평가는 22%뿐이었다. 이 설문조사의 응답자 1002명 중 이념적 중도 성향은 31%, 보수는 33%, 진보는 24%로 분류됐다.
같은 업체에서 지난해 말 발표한 2022년 연간 통합(5~12월) 집계에선 중도층의 부정평가는 61%, 긍정평가는 28%였다. 윤 대통령 취임 후 지난해의 연간 통합 수치와 최근 한 주의 조사결과를 일 대 일로 비교하기엔 무리겠지만 그럼에도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여론은 대체로 악화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데는 충분해 보인다.
중도층의 지지도가 떨어진 것은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도 마찬가지다. 2월 2주차 중도층의 정당지지도는 더불어민주당이 30%, 국민의힘이 25%였다. 지난해 연간 통합 집계에선 민주당이 33%, 국민의힘이 29%였다. 지난해 연간 통합 집계에서 전체 응답자 4만78053명의 정치성향 분포는 중도 33%, 보수 29%, 진보 26%로 집계 됐다(2월 2주차 조사는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 2022년 통합 집계는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는 월평균 ±1.6%포인트.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나 한국갤럽 홈페이지 참조).
대통령실은 여당의 전당대회를 앞두고 내내 ‘당무 개입’ 논란에 휩싸여왔다. 나경원 전 의원이 대통령실과 갈등 끝에 당권 도전을 포기했다.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안철수 당대표 후보를 공개 비판했다. 여당에선 ‘당정일체론’과 ‘대통령 명예대표 추대론’까지 등장했다. 대통령실은 야당의 김건희 여사 특검 주장에 대해 정면으로 비판하고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연루의혹을 일일이 반박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13일 교섭단체 대표연설 대부분을 윤 대통령 비판과 김 여사 주가 조작 의혹 특검 주장에 할애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14일 연설에서 전임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 그리고 이재명 대표의 범죄 의혹을 강도 높게 비난했다.
‘정치양극화’는 유권자들로 하여금 자기 삶과 국가발전에 유리한 정책을 선별해 이를 주장하는 정당을 선택하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지지 정당의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현안에 대한 입장을 결정하도록 한다. 정당민주주의의 왜곡이자 도착이다. 대통령실과 여야가 상대 진영을 공격하고 경쟁관계의 정치인을 비난하면 할수록 강성 지지층은 열광할 것이지만 마음 둘 곳 없는 중도층은 떠나갈 것이다. 중도층을 내쫓는 정치는 국가의 위기를 심화시킨다.
suk@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