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부 가리기 쉽고, 집중 효과 강화 노려
북한이 건군절 75주년을 기념하는 열병식을 지난 8일 밤 개최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열병식이 최근 야간에 열리는 이유에 대해 ‘치부를 가리기 쉽고, 집중 효과가 극대화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9일 군 당국에 따르면 북한은 전날 오후 8시 30분께 식전 행사를 시작으로, 조선인민군 창설 75주년을 기념하는 열병식을 진행했다.
북한의 야간 열병식은 이번이 5번째다. 과거 북한의 열병식은 통상 오전에 열렸다. 하지만 2020년 10월 10일 노동당 창건 75주년 열병식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계속 야간에 열리고 있다. 2021년 1월 14일 노동당 8차 당대회, 2021년 9월 9일 정권 수립 73주년, 2022년 4월 25일 인민 혁명군 창건 90주년 열병식 모두 야간에 진행됐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북한의 야간 열병식이 “선전·선동 효과의 극대화를 위한 전략”이란 분석이 나온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이를 ‘극장국가’란 개념을 들어 설명했다. 완벽히 짜인 각본과 완벽한 형태를 통해 대내외 메시지를 전달하는 선전·선동으로 정권의 연속성과 정통성을 확보한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밤에 하는 열병식은 집중도가 굉장히 높고, 선전 효과 역시 높다”며 “그런 면에서 심야 열병식은 상당히 성공한 북한의 프로그램 중 하나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박 교수는 열병식에서 공개되는 무기들이 ‘완성형’이 아닌 일종의 ‘프로토타입’인 점 역시, 밝은 낮보다 잘 보이지 않는 밤에 하는 이유가 될 수 있다고도 덧붙였다.
북한이 과거 나치 독일의 선례를 참고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선전·선동의 대가 아돌프 히틀러 역시 과거 주로 저녁 시간대에 연설했다.
송희영 동덕여대 독일어과 교수는 논문 ‘히틀러의 연설, 열광과 도취의 도가니’에서 “대중의 판단력과 비판력이 활발하게 움직이는 오전 시간 보다는 저녁 시간을 활용함으로써 히틀러의 연설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게 하려는 취지”라고 분석했다.
또 하나의 추측 근거는 탁현민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의 과거 인터뷰에 담겨 있다. 탁 전 비서관은 지난해 5월 공개된 한 언론 인터뷰에서 2018년 현송월 당시 북한 삼지연관현악 단장과 만나 “열병식은 밤에 하라고 내가 얘기해줬다”고 밝혔다. 탁 전 비서관은 “밤에 해야 조명을 쓸 수 있고, 그래야 극적 효과가 연출된다”며 “이후 북한은 계속 밤에 열병식을 했다. 북한의 연출이 조금씩 세련돼져 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북한의 2020년 첫 야간 열병식 개최 후 외신들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정치적 의도에도 주목했다. 당시 일본의 아사히 신문과 산케이 신문 등은 북한이 극적 연출 효과 외에도 한미 정찰 위성 등에 동원 병력 포착 등 정보 수집을 경계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박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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