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화가 장승업(1843~1897)은 어느 한 곳, 일정한 룰에 매이기를 싫어하는 성품이었고, 두주불사형 술을 아주 좋아했다고 전해진다.

1880년대 고종이 그림을 맡겼으나 자유분방한 장승업은 술 생각을 못 참고 궁중에서 여러 차례 도망쳤다. 결국 고종의 노여움을 사 처벌 받을 위기에서, 민영환(閔泳煥)의 도움으로 면했다.

반성하고 붓을 잡은 장승업의 그림이 현재 간송미술관에 소장된 ‘남극성도(南極星圖)’ 2폭 등이다.

고종은 장승업의 그림을 좋아해 그림을 더 그리도록 했고, 옛 성현의 일상을 그린 고사인물도는 아관파천 인연으로 러시아와 친해진 고종이 러시아 니콜라이황제2세 대관식(1896.5.26) 외교선물로 전달됐다.

장승업의 고사인물도 중 취태백도(부분)
장승업의 고사인물도 중 취태백도(부분)

화가의 품성과 특성이 반영된 것인지, 그가 그린 시인 이태백의 모습은 흡사 술 좋아하는 자신을 닮았다. 고사인물도 중 ‘취태백도’에 나타난 이백의 모습이다. 우리나라 세간에도 술을 좋아하는 사람, 술 취한 사람을 ‘주(酒)태백’이라 부르는 것은 누구든 들어봤을 것이다. 술 좋아하는 화가가 그린 두주불사 성현의 그림이 보드카를 좋아하는 러시아로 간 것은 흥미롭다.

국외소재 문화재재단은 이 장승업의 이태백그림을 포함해 백동향로, 흑칠나전이층농 등 당시 외교선물을 127년만에 모스크바에서 첫 공개한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장승업의 고사인물도에 대해 다음과 같이 평했다.

장승업의 고사인물도 중 취태백도(전체)
장승업의 고사인물도 중 취태백도(전체)

‘장승업 고사인물도의 경우, 크렘린박물관 소장품 4점이 처음 확인되었으며 이 가운데 2점이 이번에 공개되는 것이다. 조선의 4대 화가로 꼽히는 장승업(1843~1897)의 이번 작품들은 지금껏 학계에 보고된 바가 없는 것으로, 크기만 174cm가 넘는 보기 드문 대작에 속한다고 평가되고 있다. 특히 장승업의 각 작품에는 ‘朝鮮(조선)’이라는 국호를 ‘吾園 張承業(오원 장승업)’ 서명 앞에 붙였다. 이는 장승업 작품 가운데 처음 확인되는 희귀사례로, 이 작품이 ‘외교선물’을 전제로 창작되었음을 잘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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