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문영규 기자]“젊은 세대는 개혁의 엔진이 될 것입니다.”
홍콩의 젊은 세대가 새로운 정치세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홍콩 정부가 11일 오전 9시까지(현지시간) 도심 곳곳의 시위 캠프를 모두 철거하기로 결정하면서 시위대가 75일째 이어진 시위에 종지부를 찍기위한 최후의 결전을 준비하고 있다.
마지막 항전(抗戰)의 중심에 선 이들은 ‘우산혁명의 아이콘’ 조슈아 웡(학민사조(學民思潮ㆍ홍콩의 중고생 학생단체) 위원장과 알렉스 차우(24) 홍콩전상학생연회(학련) 비서장, 레스터 슘(21) 홍콩학생연맹 부비서장 등이다.
이들은 과거 중국 민주화운동의 중심이었던 ‘톈안먼(天安門) 세대’와 비교되며 홍콩 정치의 미래를 이끌 세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홍콩 시위, 젊은 세대의 무관심을 깨뜨리다=월스트리트저널(WSJ)은 10일 그동안 정치에 무관심했던 젊은세대가 이번 시위를 통해 변화했고 새로운 정치 세대로 떠오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 10주 동안 이들 젊은 세력은 수만 명의 사람들을 거리로 이끌어 내며 민주화 시위를 주도했다.
시위의 의의에 대해 차우 학련 비서장은 “이번 시위의 가장 큰 성공은 사람들을 일깨워줬다는 것”이라며 “젊은 세대가 개혁의 엔진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정치에 무관심했던 많은 학생들이 등교를 거부하고 시위 현장으로 밀려들었고 텐트를 치고 밤을 지샜다. 홍콩의 새로운 지도자를 선출하는데 중국 정부의 일방적인 방법을 거부한 것이기도 했지만 취업난과 주택난, 부의 대물림 등 자신들의 경제적 문제와 불투명한 미래를 자신들의 손으로 직접 해결해야겠다는 의지이기도 했다.
18세의 스티븐 오는 WSJ에 “시위 전까지 아마 중국의 지도자가 누군지도 몰랐을 것”이라며 “이제 더이상 무관심하지 않다. 우리 집을 지키고 싶다”고 말했다.
▶톈안먼-우산혁명으로 이어지는 중국의 민주화 운동=홍콩 시위 전까지 중국의 민주화 운동을 이끌어온 주도세력은 톈안먼 세대였다. 톈안먼 사태가 발발한 1989년은 웡, 차우, 슘 등이 태어나기도 전이다. 이번 홍콩 시위는 구세대에서 신세대로 자연스런 세대교체가 이뤄진 계기였다.
홍콩 야당인 공민당 앨런 렁 카킷(56ㆍ梁家傑) 주석은 “우산혁명은 과거 세력과 미래 세력 간의 경쟁이었다”며 “우리는 과거세대다”라고 평가했다고 WSJ은 전했다. 톈안먼 사태 당시 민주화 세력은 탄압을 피해 홍콩으로 숨어들어와 지하에서 활동하며 최근까지도 기념일이 되면 정치활동을 벌였다.
지금의 학생세력은 대중에 노출됐을때의 위험 부담이 나이든 세대보다 조금 덜했다.
한때 학생조직을 이끌기도 했던 앤드류 토(48)는 “학생 지도 세력의 장점은 정치인들과는 다르다는 점”이라며 “이들은 잃을 것이 없다”고 평가했다. 또한 “이들(젊은) 세대는 우리와는 약간 다르다”며 “더욱 단호하다”고 강조했다.
리축얀(李卓人) 홍콩시민지원애국민주운동연합회(지련회) 대표는 현 시위대는 정치 경력에 대한 생각은 하지 않고 있으나 “향후 정부를 압박할 더 큰 역할을 하는 시기가 올 것”이라고 점쳤다.
▶신진세력, 아직은…=아직 한계는 있다. 한때 수십만 명의 지지를 받았던 홍콩 시위는 2달이 넘도록 사태에 진전이 없자 지친 사람들이 하나 둘 씩 떠나갔다.
WSJ도 시위가 늘어지며 정부가 바랐던대로 이들이 대중들의 지지를 잃었다고 전했다. 일부 시민들은 시위 현장을 정리해줄 것을 요구했다. 시위 때문에 현장의 상점들은 매출에 타격을 입었고 홍콩이 경기침체에 접어들었다는 전망도 나왔다. 존 창 홍콩 재무장관은 경제성장률이 정부 예상치인 2.2%를 넘지 못할 것이란 비관적인 전망도 내놓았다.
일각에선 학생들이 조직화되지 않았고 시내 점거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도 않았었다고 지적했다. 선거방식 개선이란 본질적 요구와도 멀어졌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요구 수용 안되면 다시 일어날 것=홍콩 시위대는 오는 2017년 있을 행정장관 선거에서 중국 중앙정부의 일방적인 후보자 선정이 아닌 시민들의 의견을 더욱 반영할 수 있는 선거를 요구하고 있다.
슘은 “어떻게 우리보고 거리를 비우고 현 선거 방식을 받아들이라고 말할 수 있느냐”며 반발했으나 당국은 애드미럴티와 코즈웨이배이 등에 경찰병력 3000명을 투입해 시위캠프를 모두 철거하기로 했다.
렁춘잉 행정장관은 ‘최소한의 물리력’을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으나 웡 학민사조 위원장은 경찰이 진압에 나설 경우 시위 참가자들에게 현장을 떠날 것을 당부했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등 현지언론은 전했다.
차기 행정장관 선거 방식에 대한 결정은 몇 달 뒤 이뤄질 예정이다. 그러나 중국 중앙정부와의 타협이 힘들 것으로 예상되며 시위대의 요구안이 수용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WSJ도 주민투표가 없는 과거 선거 방식으로 회귀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차우 학련 비서장은 만약 개선안이 학생들의 요구를 만족시키지 못할 경우 다시 시위를 벌이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시위 캠프가 정리되기 전 주요 시위 현장에서는 풍선으로 ‘우리는 다시 돌아올 것’이란 메시지를 만들기도 했다고 WSJ은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