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단보도 건너던 초등생 사망
열선 m당 150만원...비용 한계
서울 강남구 세곡동의 스쿨존 인근 눈이 쌓인 도로에서 초등학생이 버스에 치여 사망한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해당 도로에 제설 작업을 위한 장치들이 설치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관련, 사고 일대가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과 불과 8m 정도의 거리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아이들의 안전을 위한 제설 대비가 부족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21일 헤럴드경제 취재 결과 사고가 발생한 세곡동 세곡푸르지오아파트 앞 삼거리 일대에는 제설과 노면 결빙 방지에 효과적인 도로열선, 자동염수살포장치가 설치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강남구청에 따르면 자동염수살포장치는 다음 달 중순 해당 일대에 설치될 예정이다. 도로열선의 경우 구청에서 해당 일대에 설치 계획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당시 버스기사 A씨를 입건, 조사중인 서울 수서경찰서 관계자는 “태코미터(자동운행기록장치) 조사 결과 당시 버스의 속도가 시속 40㎞로 확인됐다”며 “눈이 2㎝ 미만으로 쌓이면 20% 감속해야 하는데 사고 도로의 규정 속도가 시속 50㎞여서 과속운전 혐의는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버스기사 A씨는 경찰 조사에서 “반대편 횡단보도에서 뛰어오는 아이를 발견하고 브레이크를 급히 밟았지만 길이 얼어 버스가 미끄러졌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고에서 제설 장치가 부족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강남구청은 차량 통행량, 경사도, 생활 여건 등을 기준으로 관내 도로들을 자체적으로 조사한 뒤 제설장치를 순차적으로 설치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구청에 따르면 현재 관내에 도로 열선은 14개가 설치돼 있고, 다음 달까지 12개 열선을 추가로 설치 완료할 예정이다. 자동염수살포장치는 3개가 설치돼 있고, 다음 달까지 1개를 추가 설치할 계획이다.
그러나 제설 장치를 설치하는 기준이 법적으로 명시돼 있지 않아 구청에서 관내 도로의 특성에 따라 재량적인 판단으로 따르는 실정이다. 강남구청 관계자는 “사고가 발생한 세곡동 일대 도로의 경우 경사가 급한 역삼동, 논현동, 청담동에 비해 완만한 편이어서 도로열선이나 자동염화살포장치를 설치하기 어려웠다”며 “도로열선의 경우 한 개 차로 기준 미터당 설치 비용이 150만원이나 드는 탓에 비용을 고려해 가장 필요한 곳에 우선적으로 설치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사고 방지를 위한 제설 장치를 설치하는 것에 대해 자치구의 재량적 판단이 아닌 법적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고 했다. 박무혁 도로교통공단 교수는 “최소한의 교통안전 시설물이 있었으면 사고로 이어지지 않았을 것”이라며 “제설창치 설치 구역을 우선 선정하는 자치구의 재량적 판단을 정부에서 법규나 지침을 통해 기준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스쿨존은 통상 주민 생활 구역과 상당히 겹치기에 스쿨존 뿐만 아니라 그 주변에도 더 많은 안전 시설물이 투입돼야 한다”며 “특히 폭우나 폭설이 올 때 더 확실한 안전 조치가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진행됐어야 했다”고 덧붙였다. 김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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