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기훈 기자]비선실세로 알려진 정윤회 씨 관련 문건 유출 사건을 계기로 경찰 일각에서는 정보수집 활동이 치안정보 중심으로 재편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번 문서 유출은 경찰 정보관들이 치안 정보를 넘어 정치ㆍ경제ㆍ사회 등 광범위한 정보를 수집하고 있어 생긴 부작용이라는 지적이다.

이른바 ‘정윤회 문건’ 유출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은 9일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의 문건을 유출한 혐의로 최모, 한모 경위 등 서울지방경찰청 정보분실 경찰관 2명을 각각 자택에서 체포했다. 이들은 박관천 경정이 작성한 ‘정윤회 문건’을 서울청 정보분실로 옮겼을 때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 3일 서울 예장동 정보분실 압수수색에 이어 경찰관이 체포되자 일선 정보관들은 “숨이 막힐 정도다. 일선 정보관들끼리도 문건 유출건에 대해서는 서로 쉬쉬하는 분위기”라고 침통한 분위기를 전했다.

이와 함께 한 일선서 경찰은 “이번 문서 유출 건은 치안정보를 넘어선 경찰의 과도한 정보 수집이 초래한 문제일 수도 있다”고 조심스레 분석했다.

경찰관직무집행법 제2조에 따르면 경찰은 ’치안정보의 수집ㆍ작성 및 배포‘를 하도록 직무가 규정돼 있다. 문제는 치안정보란 개념이다. 경찰이 범죄정보를 비롯해 각종 집회ㆍ시위나 안전과 밀접한 정보를 수집하는 데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경찰은 대학, 정부부처, 국회, 시민단체, 재계는 물론 일반 국민 여론까지 사실상 모든 분야의 ‘밑바닥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이에 경찰 일각에서는 무차별적 정보 수집이 ‘치안 정보’의 범위를 넘어섰다는 지적도 나온다. 민간인 사찰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우려도 있다는 것이다.

일선 정보관들은 또 1인당 한달에 17건의 견문보고를 올려야 하며 정보분실의 경우 매일 1개씩 보고를 올려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A급 보고서를 작성해야 높은 인사 고가를 받기 때문에 고급정보에 혈안이 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한 일선서 정보관은 “체포된 정보분실 정보관들이 이른바 ‘왕건이(규모나 가치가 큰 정보)’를 건지기 위해 과욕을 부렸을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또 다른 경찰관은 “이 참에 정보 기능 자체가 철저하게 치안정보 중심으로 재편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서울 남대문서나 종로서처럼 집회ㆍ시위가 많은 지역은 정보관 활동이 ‘노가다’처럼 이뤄지지만 외곽서들의 분위기는 다르다”고 귀띔했다. 지역 유지들의 동향 등 치안정보와는 무관한 정보가 서장이나 개인의 힘을 위해 사용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경찰 정보는 라인의 통제를 받지 않고 오직 정보를 위한 정보가 생산되는 경향도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한 본청 계장급 간부는 “본질적으로 치안 분야를 제외한 경찰의 광범위한 정보 수집은 법적 근거가 미약하다”며 “정보 활동이 철저히 치안과 관련한 사안에 국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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