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로명 기자] 이태원 참사 사망자 명단을 일방적으로 공개해 비판을 받았던 온라인 매체 ‘민들레’가 유가족의 요청으로 일부 희생자 이름을 익명 처리했다.
그러나 민들레 측은 “최근 유족을 사칭해 명단과 이름 삭제를 요청하는 사례가 발생했다”며 이름 삭제를 요청하려면 실명 확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밝혔다.
17일 민들레 측이 공개한 이태원 참사 사망자 명단에는 155명(총 사망자 158명) 중 29명의 실명이 ‘○○○’ 식으로 익명 처리됐다. 익명 처리된 사망자 중엔 외국인도 포함됐다.
민들레 측은 “유가족협의체가 구성되지 않아 이름만 공개하는 것이라도 유족들께 동의를 구하지 못한 점에 대해서는 깊이 양해를 구한다”며 “신원이 특정되지 않지만 그래도 원치 않는다는 뜻을 전해온 유족 측 의사에 따라 희생자 10여 명의 이름은 삭제했다”고 했다.
이어 민들레 측은 “민들레가 희생자들의 이름을 공개한 것은 진정한 애도와 추모를 위해서”라며 “희생자들의 이름 공개에 대한 법률 자문을 이미 거쳤지만 유족의 삭제 요청이 있는 경우 이를 적극 수용해 왔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최근 유족을 사칭해 명단과 이름 삭제를 요청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으며, 일부는 조직적인 유족 사칭 움직임까지 감지된다”며 “유족의 뜻과 다르게 희생자 이름이 삭제되는 사례를 방지하기 위해 삭제 신청자의 실명을 확인하는 점을 양해해달라”고 밝혔다.
한편 온라인 매체 '민들레'와 '시민언론 더탐사'는 지난 13일 이태원 참사 희생자 155명의 실명이 적힌 포스터를 일방적으로 공개했다.
그러나 정부와 정치권은 물론 시민단체 등 각계에서 "유족 동의를 구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명단을 공개했다"며 강력하게 비판했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 위법 논란과 함께 2차 가해 등 권리 침해 및 공적 정보 유출 과정에서의 처벌 가능성도 거론됐다.
정부도 즉각 우려를 표명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 15일 '이태원 사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 모두발언에 "가장 기본적인 절차인 유가족분들의 동의조차 완전히 구하지 않고 공개한 점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사망자가 발생한 국가의 주한대사관 중 1곳은 외교부에 항의와 시정 요구를 전달했다. 시민단체에서도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측은 성명에서 "트라우마를 겪는 유가족의 돌이킬 수 없는 권리 침해를 일으킬 수 있다"며 "희생자 명단이 유족 동의 없이 공개되지 않도록 적절한 보호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밝혔다.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 역시 "명분이 무엇이든 사회적 애도는 유족의 슬픔을 위로하고 고통을 치유하는 과정이어야 한다"며 명단 공개가 부적절하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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