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 미국에서 비무장 상태의 흑인이 백인 경관의 총에 맞아 사망하는 사건이 또다시 발생했다. 미국 전역으로 흑인들의 시위를 확산시킨 미주리주 퍼거슨 사건과 닮은꼴이다.

▶퍼거슨 사건, 피닉스서 재발=4일(현지시간) USA투데이는 피닉스에서 백인 경관이 비무장한 흑인에게 총격을 가해 사망에 이르게 한 사건이 일어났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흑인 남성인 루메인 브리즈번(34ㆍ사진)은 2일 밤 피닉스의 한 아파트 건물에서 30세로 알려진 백인 경찰이 쏜 총알 2발을 맞고 숨졌다.

당시 경찰은 인근 도로에서 절도 사건을 수사 중이었다가 이 아파트에 살고 있는 주민이 “검은 캐딜락 SUV 차량 안에 있는 남성들이 마약을 거래하고 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것으로 전해졌다.

SUV 안에 있던 브리즈번이 차량 뒤쪽에서 무언가를 치우고 있는 모습을 본 경찰은 그에게 양손을 보여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브리즈번은 손을 허리밴드로 옮겼고, 이를 무기를 꺼내는 것으로 판단한 경찰은 즉시 총을 들이댔다. 그러자 브리즈번은 아파트 쪽으로 도망갔고 짧은 추격전이 이어졌다.

피닉스 경찰 대변인인 트렌트 크럼프는 “브리즈번이 경관에게 말로 대들었다는 목격자들의 증언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 브리즈번이 “땅에 엎드려”라는 경관의 요구에 불응해 둘이 몸싸움을 벌였다고 했다.

크럼프는 “싸우는 도중에 브리즈번이 왼손을 주머니에 가져갔으며 이를 제지하던 경관은 주머니에 든 것이 총이라는 느낌을 받았다”면서 해당 경관이 “‘브리즈번이 자신에게 위협을 가한다’고 느껴서 발포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당시 브리즈번의 주머니 속에 든 것이 진통제인 옥시코돈 병이었으며 비무장 상태였던 사실이 밝혀져 논란이 되고 있다.

USA투데이는 지난 8월 백인 경관에 의해 비무장한 흑인 청년 마이클 브라운이 사망한 사건을 계기로 경찰의 과도한 권한에 대한 논란이 전국적으로 확산했다면서 피닉스에서 터진 이번 사건으로 논쟁에 기름을 붓게 됐다고 지적했다.

▶경찰 살인사건 6년간 550건 누락=미국에서 경찰이 저지른 살인 사건임에도 지난 6년 간 550건 이상이 집계에서 누락됐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매년 몇명의 사람들이 경찰에 의해 목숨을 잃는지 파악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면서 사법당국의 구멍 뚫린 통계 관리를 비판했다.

현재 미국에서 경찰에 의해 민간인이 사망하는 사건은 연방수사국(FBI), 질병통제예방센터(CDC), 법무부 산하 사법통계국(BJS)을 통해 집계가 이뤄지고 있다. 연방정부가 각각의 통계 작업을 하나로 통합ㆍ관리하지 않아 그 신뢰성에 의문이 제기돼왔다.

실제 WSJ이 미국 최대 규모 경찰서 105곳에 요청해 받은 내부 수집자료를 분석한 결과 FBI의 집계와 큰 차이를 보였다.

지난 2007년~2012년 105곳의 경찰서 소속 경관에 의해 발생된 살인은 최소 1800건에 달했다.

이 기간 FBI는 경찰에 의한 살인사건이 이보다 45% 적은 1242건에 불과하며 그마저도 모두 용의자가 경찰 명령에 불응하거나 위협을 가해 불가피하게 발생한 ‘정당살인’이었다고 판단했다.

FBI에 경찰 살인사건을 아예 보고하지 않아 처음부터 통계에서 빠지는 경우도 있었다. 정당한 이유로 발생한 살인인 만큼 상위 기관에 알릴 필요도 없다는 판단에서다.

2007년~2012년 기간에 전국 치안기관 1만8000곳 가운데 대다수가 FBI에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또 WSJ이 접촉한 105곳 중 35곳에서 수집된 경찰 정당살인 사건은 FBI 통계에 등장하지 않았다.

컬럼비아대 제프리 페이건 교수는 “경찰이 살해된 사건은 매우 주의를 기울여 집계하고 국가적 데이터베이스도 갖추고 있는데 경찰이 살인한 사건은 왜 그렇지 못하는가”라면서 경찰 살인사건 통계 관리가 강화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FBI 측은 각 경찰로부터 자료를 받을 때 사실여부를 확인하고 수정ㆍ입증 과정을 거친다면서 “인정받는 통계학적 방법론과 규범을 갖추고 있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