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윤홍빈 “20분간 CPR, 끝내 못 살렸다…사방에서 ‘제발 눈떠’”
배우 윤홍빈 [윤홍빈 인스타그램]

[헤럴드경제=한희라 기자]배우 윤홍빈이 이태원 참사 현장에서 심폐소생술(CPR) 등 구조활동을 도왔다며 당시 현장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윤홍빈은 30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참사는 함께 아파하고 애도해야 할 사건"이라며 "본질을 흐리는 논의는 없었으면 좋겠어서 글을 쓰게 됐다"고 적었다.

그는 전날 여자친구와 함께 서울 이태원에 갔다가 압사 사고를 목격했다고 밝혔다.

그는 "메인거리는 그야말로 카오스였고, 여자친구와 거리를 떠밀려 다니며 위험하다는 말을 수십 번은 했던 것 같다"며 "밀지 말라는 고성과 밀라는 고성이 뒤섞였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실제로 한 여성이 넘어진 걸 보고 일으켜 세우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인파에서 빠져나온 뒤 약 한 시간 정도 흐른 뒤부터 사람들이 한두 명 실려내려 가기 시작했다면서 이후 더이상 구급차로 실을 수 없게 되자 골목에 사람들을 내려놓고 CPR을 실시했다고 전했다.

윤홍빈은 "경찰이나 구급대원의 인력이 부족해 저도 바로 달려가서 CPR을 실시했다"며 "20분 넘게 CPR을 실시하고, 여자친구도 팔다리를 주무르며 인공호흡을 하고, 어떻게든 다시 의식이 돌아오기만을 함께 울면서 간절히 기도했다"고 말했다. 그 뿐 아니라 골목에서는 수십명이 CPR을 실시했고, 사방에서 "제발 눈떠"라는 말이 들려왔다고 했다.

그는 "제가 CPR을 실시하던 거리에서 의식이 돌아온 사람은 단 한명 밖에 없었다"면서 "제가 살리려 노력했던 분도 결국 살리지 못했다"고 말했다.

윤홍빈은 "이 참사는 전조증상이 충분히 있었고, 예방이 가능했던 참사였다"면서 "많은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는 뉴스가 사전에 있었고 경찰분들은 대로변이 아닌 실질적으로 사람들이 몰리는 세계음식문화의 거리에 들어와 있었어야만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측통행을 할 수 있도록 가운데 경찰분들이 서 있기라도 했더라면 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면서 "많은 경찰공무원이 너무나 힘들고 고생한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기에 그저 배치를 잘못한 사실이 참사를 막지 못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그는 "제발 모두가 두 번 다시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이 없도록 뼈저리게 노력했으면 좋겠다"면서 "원인을 밝히고 반복되지 않는 거에만 초점을 맞추기 바란다"고 밝혔다.

윤홍빈은 아역배우 출신으로 최근 영화 '인질', '시간이탈자', '암살'에 출연하며 꾸준히 연기 활동을 펼치고 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31일 현재 이태원 압사 참사 사망자는 153명, 중상자 37명, 경상자 96명으로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