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민지 기자] “모낭이 없어도 머리카락을 마음껏 심을 수 있다.”
모낭이 없는 머리카락을 피부에 이식할 수 있는 접착제가 국내에서 개발됐다. 이해신 카이스트 교수를 포함한 연구진이 그 주인공이다. 이번 접착제를 이용하면, 이발한 머리카락도 모발 이식에 사용할 수 있어 획기적이란 평가다. 많은 머리카락을 쉽게 심을 수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국내 1000만 탈모인의 희망이 커지고 있다.
카이스트(KAIST)는 21일 화학과 서명은·이해신 교수 연구진이 모발 이식이 가능한 의료용 접착제 개발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와인의 떫은맛을 내는 성분 ‘타닌산(tannic acid)’과 생체친화적 성분인 의료용 실의 재료를 섞어 만들어졌다.
기존 연구의 한계로 지적됐던 접착력이 크게 개선됐다. 연구진은 사람 모발 15가닥 끝에 새 접착제를 발라 생쥐 피부에 이식했다. 이 중 3가닥만 당겨도 몸 전체가 끌려올 정도로 접착력이 우수하다고 설명했다. 사람 피부와 유사한 돼지 피부에서는 이식 한 달 후까지 모발 80%가 유지됐다.
모낭이 없는, 이발한 머리카락도 피부에 심을 수 있다. 이해신 교수는 “모낭까지 있는 모발을 이식하려면 공급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접착제를 쓰면 이발하고 잘린 머리카락도 이식할 수 있어 그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머리카락에 진심인 남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앞서 흰머리 염색용 갈변샴푸 ‘모다모다’를 개발했다. 1973년생인 이 교수는 KAIST 생명과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노스웨스턴대 의공학박사 학위를 받은 후 로버트 랭커 MIT 교수 아래에서 박사후과정 등을 거쳐 2009년 KAIST 교수로 임명됐다. 전문 분야는 홍합 접착, 곤충 큐티클 등 자연계 접착 및 코팅물질이다. 지난 2018년에는 홍합 접착성 고분자를 이용해 ‘무출혈 주사바늘’을 개발해 국제 학술정보기관 ‘클래리베이트 애널리틱스’로부터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연구자’에 선정되기도 했다.
이 교수는 염색약 사용을 고통스러워하던 어머니와 연구 도중 만난 항암치료 환자 등을 위해 ‘모다모다’ 샴푸를 개발했다고 밝힌 바 있다. 전문 분야인 폴리페놀을 활용해 7년여를 개발에 투자했다. 그 결과, 샴푸 과정에서 모발에 붙은 폴리페놀이 산소와 만나 갈변이 되는 원리가 적용된 ‘모다모다’가 시중에 나오게 됐다.
모다모다 샴푸는 세계적 권위의 뷰티시상식 ‘코스모프로프 라스베이거스’에서 헤어 부문 1위로 선정됐다. 하지만 이후 국내 식약처가 샴푸 핵심 성분에 대해 위해성 문제를 제기하며 논란이 됐다. 아직 소비자단체협의회의 평가가 나오지 않았지만 이 교수는 독성 발현은 불가능하다며 “오해가 불식되길 바란다”고 주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