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출판대란’이 있었다. 베스트셀러가 됐지만 책이 없어 팔지 못하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졌다. 너무 책 주문이 많아서가 아니라 책을 제본할 곳이 없어서 생긴 일이다. 수지타산이 맞지 않자 제본소들이 문을 닫았기 때문이다.
그나마 메이저 출판사들은 사정이 나았다. 작은 출판사들은 심한 경우 3개월을 기다려야 했다. 중국에 발주해 들여 와도 이보다 낫겠다는 얘기가 나왔다.
당시 사정은 좀 다른데 책 부족 사태는 유럽도 마찬가지였다. 독일의 한 출판사가 크리스마스용 어린이책을 만들지 못해 화제가 됐다. 영국·독일 등 유럽은 제작 비용이 5분의 1에 불과한 중국에서 책을 만들어 왔는데 중국이 코로나19로 문을 닫아 걸면서 책 수급이 막힌 것이다. 여기에 물류대란이 가세했다. 이는 당시에만 국한된 게 아니다.
요즘 출판계는 인쇄소, 제본소 등에 일할 사람이 없다고 아우성이다. 특히 주 52시간 근무제가 발목을 잡는다. 주 52시간으로는 벌이가 형편 없어 다른 일자리를 찾아나선다는 것이다. 편법도 등장했다. 회사를 두 개로 쪼개 왔다갔다 하며 시간을 벌어 돈을 버는 것이다.
물류도 삐그덕댄다. 아침에 종이를 발주하면 예전에는 이르면 오전에, 늦어지면 오후에 받을 수 있었지만 지금은 다음날에도 기대하기 어렵다. 때론 일주일이 걸리기도 한다. 물류 비용이 올라 일주일치를 모아 배달을 하다 보니 생기는 일이다.
종이는 물론 물류, 인쇄, 제본 등 출판의 전 과정에서 부담이 올라가 출판 제반 비용이 10~15% 뛰었다. 종이 값은 또 오를 예정이다. 출판사들은 책 종류 수를 줄이고 부수도 줄이는 쪽으로 대응하고 있다. 팔릴 만한 책 몇 권에 주력하겠다는 것이다. 부수도 줄여 500부, 250부 찍을 때도 많다. 초판 평균 2000부 찍었던 것이 까마득하게 느껴질 정도다.
기후 변화에 대비해 나무를 베는 일이 어려워지면 종이책을 더는 쉽게 보기 어려워질 수도 있다. 앞으로 초판본만 한정판 종이책으로 내고 전자책으로 전환하게 될지도 모른다. 책 뒤에는 수많은 과정이 있고 그 단계들에 균열이 생기고 있는 것이다.
출판사들이 더 심각하게 느끼는 건 책을 팔 데가 없다는 것이다. 서울문고 반다앤루니스가 문을 닫고 동네서점도 사라지면서 책을 내다 놓을 데가 없다. 책의 실물이라도 보고 뒤적거려야 사고 싶은 마음이 동하는데 서점이 사라지니 책을 볼 수 있는 곳이 마땅치 않다. 몇몇 비싼 광고료를 지불한 책이 메인 화면을 장식하는 온라인 서점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얘기다. 온라인 속에선 승자독식이 가속화한다.
책을 점점 안 읽는 것도 문제다. 주요 독자층이 40·50대로 옮겨진 건 오래전 일이다. 20대 독서율이 이들에 못 미친다. 마침 한국 영상 콘텐츠들이 세계적인 붐을 일으킬 정도로 재미 있으니 더 하다.
출판계가 늘 어렵다고 했지만 이젠 차원이 다르다고 한다. 예전에는 공식 같은 게 있었다. 이렇게 책을 만들면 이 정도는 팔린다는 게 있었지만 그런 게 무너졌다. 의욕이 사라졌다고 말하는 이가 많다.
그동안 달라지는 출판 환경에 맞춰 이런 저런 정책과 대안들이 나왔지만 과거 인식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인상이 짙다. 기존의 틀로는 문제를 풀 수 없는 대변화의 시기에 새로운 시각, 큰 그림으로 보는 접근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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