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 학예사인 한 지인은 발달장애 아이를 키우고 있다. 그는 SNS 활동을 부지런히 하는 편인데 그동안 아이에 대한 글을 자주 올리지는 않았었다. 최근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방영된 이후 아이에 대한 글이 부쩍 늘었다. 며칠 전엔 아이를 데리고 서울의 몇 군데 국립박물관을 관람했다는 소식을 올리기도 했다. 그리고는 ‘발달장애는 개별적인 차이가 너무 크기 때문에 모든 아이가 우영우와 같을 수는 없다’고 갈무리했다.
마치 자폐 스펙트럼 장애에서 ‘스펙트럼’이 의미하는 것과 같이 개별적인 증상과 중증도의 차이가 크다는 말이었다. 박물관도 문화취약계층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는 데 관심이 크다. 최근 이와 관련한 심포지엄이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리기도 했다.
드라마에서 자폐 스펙트럼 장애가 있는 우영우는 공간에서 공간으로의 이동에 어려움을 겪는다. 회전문을 통과할 때는 더 난감해한다. 제주도 출장길 비행기 안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비행기를 탄 우영우는 이륙 시 들려오는 비행기 엔진소리에 매우 당황해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 장면에서 공립 지적장애특수학교인 서울서진학교 교장선생님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언젠가 특수학교에서 초·중·고 교육과정을 마치고 항공사 도움으로 수학여행을 떠난 적이 있다고 한다. 지난 시간의 힘겨웠던 학생들과 선생님들, 부모들의 감정이 북받치는 시간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비행기에 오르려는 순간 어떤 학생은 비행기라는 처음 접하는 공간에 대한 두려움으로 끝내 여행길에 오르지 못하고 탑승교는 눈물바다를 이뤘다고 한다. 서울서진학교 선생님들을 국립항공박물관에 모두 모신 적이 있다. 박물관이 추진하는 장애인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위해 자문이 절실했다. 개관한 지 2년도 되지 않은 흥미로운 전시·체험시설이지만 장애인으로서는 큰 벽과 같은 공간이라는 사실도 그때 알게 됐다. 장애인 등의 편의 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에서 규정하는 시설을 갖추었음에도 개별적인 장애의 차이까지 배려하지는 못하고 있었다. 결국 박물관에서 일회성으로 프로그램으로 진행하기보다는 학생들의 특성을 고려한 학습을 위해 박물관이 학교로 가기로 했다. 학교의 적극적인 도움으로 우리는 5학년 열두 명의 학생과 매주 화요일 정규수업 1시간을 함께하고 있다. 교육 내용은 항공과 드론이었다. 학부모님의 염원과 같이 기술을 반복하고 숙달시켜 최하 단위의 자격증이라도 취득하게 할 수 있을까.
교육 회차가 거듭될수록 준비했던 프로그램은 수정되고 또 수정됐다. 엄연한 현실의 차이가 존재했다. 그런데 김포국제공항을 이·착륙하는 비행기를 향해 “나 저거 알아”하면서 손뼉 치며 즐거워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가야 할 길이 멀지만 또래 아이처럼 뛰고 놀고 환하게 웃을 수만 있다면 박물관의 도전은 성공인 셈이다.
학교 복도에는 항공문화 체험공간이 꾸며졌다고 한다. 국립항공박물관은 청각·시각장애인들과 함께 가는 길도 모색 중이다. 비록 드라마 ‘우영우’는 끝이 났지만 서울서진학교 교훈처럼 ‘꽃처럼 아름답게 별처럼 빛나게’ 열두 명의 우영우는 현재진행형으로 자라고 있다.
안태현 국립항공박물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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