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원승일 기자] 내년부터 담뱃값 2000원 인상이 사실상 확정되면서 1%대 저물가에서 벗어날지 관심이다.
전문가들은 담배값 인상에 따른 물가상승은 일시적인 수치상의 변화일 뿐 저물가로 인한 디플레이션 우려를 없애기에는 아직 한계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2일 기획재정부와 국회에 따르면 여야는 정부 원안대로 담뱃값을 2000원 올리기로 지난달 28일 합의했다. 정부는 담뱃값이 2000원 인상되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0.62%포인트 끌어올릴 것으로 추산했다.
정부 관계자는 “최근 물가가 1%대 낮은 수준에 머물러 0.62%포인트 상승 효과는 물가안정 목표 안에서 흡수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서 0.62%포인트는 전체 물가에서 담뱃값이 차지하는 비중과 가격 인상폭 등을 계산해서 나온 수치다.
그동안 정부와 한국은행은 내년 물가 전망치를 각각 2.3%, 2.4%로 내놓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지난해와 올해에 이어 내년까지 3년 연속 1%대를 기록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정부의 계획대로 담뱃값이 인상되면 1%대의 저물가를 벗어날 가능성은 크지만 전문가들은 이런 물가상승이 수치상의 변화일 뿐, 경제 구조가 달라지는 것은 없어 실질적 효과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담뱃값 인상으로 인한 물가상승은 제도 변화에 따른 일시적인 변화이기 때문에 그 수치상의 효과를 뺀다면 저물가가 계속된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도 “담뱃값이 올라서 물가가 상승하는 것은 내수경기 개선과 전혀 다르다”며 “일본도 소비세 인상으로 물가상승률은 높아졌지만 내수에는 오히려 부정적 영향을 끼쳤다”고 지적했다.
정부 예상대로 담뱃값 인상이 물가상승 효과를 가져올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됐다.
조동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거시경제연구부장은 “정부의 셈법이 너무 단순하다”며 “설령 정부의 주장대로 물가가 2%대로 상승한다 해도 저물가의 근본 원인인 ‘수요 부진’ 해소와는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정부는 담뱃값이 2000원 오르면 내년에 2조8000억원 상당의 추가 세수를 확보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조세재정연구원이 제시한 담배의 가격 탄력도 0.425를 적용했을 때, 담뱃값이 2000원 오르면 담배 소비량은 34% 줄지만 가격 인상 폭이 커서 세수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특히 담뱃세 중 국세로 새로 신설되는 개별소비세 예상 증가분은 1조8000억원으로 올해 예상치 대비 내년 세수 증가분 5조1000억원 중 약 3분의 1에 달한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담뱃세 인상을 통해 세수 부족을 메우려 한다는 비판을 피하려고 세수 증가분을 지나치게 적게 잡았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로 국회 예산정책처는 담뱃값 2000원 인상에 따른 추가 세수를 정부 전망보다 약 두 배 많은 5조500억원 정도로 예상했다.
이에 서민층이 많이 피우는 담배에 세금을 더 많이 물려 곳간을 채우려 한다는 ‘서민 증세’ 논란은 앞으로도 계속 될 것으로 보인다.
담뱃값 인상은 물가와 세수뿐 아니라 국내총생산(GDP) 성장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지난 2005년 담뱃값이 올랐을 때 소매상들이 인상을 앞둔 2004년 말 사재기에 나서면서 성장률이 움직인 바 있다. 연말 사재기로 2005년 1분기 담배 생산이 전년 동기보다 50% 급감하면서 1분기 GDP 증가율에 0.3∼0.4%포인트 가량의 하락 요인이 생겼다.
지금은 그때보다 경제 규모가 커졌기 때문에 성장률이 그 정도로 출렁이지는 않겠지만, 미미한 수준의 영향은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담배의 생산과 소비가 줄면 성장률에는 마이너스 영향을 주겠으나 담배 소비 감소에 따라 다른 품목의 소비가 늘면 플러스 영향이 생기는 측면도 있다”며 “양쪽 측면이 다 있어 경제성장률에 미치는 영향은 정확히 추정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