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사람들을 성가시게 하는 모기는 열대지방에서는 생명을 위협하는 병을 옮기기까지 한다. 인간에겐 거슬리는 존재이지만 조류, 작은 박쥐류, 어류, 파충류, 양서류의 중요한 먹이이다. 모기가 없다면 이들의 삶은 팍팍해지고 몇몇 종은 멸종할 수도 있다. 모기는 수많은 유용식물의 수분자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좀모기과는 카카오꽃의 수분자이다. 그것도 유일한 수분자이다. 카카오꽃은 너무 작고 구조가 복잡해 좀모기과만 침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좀모기가 없다면 우린 초콜릿을 먹을 수 없다. 생물다양성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강력한 이유다.
흔히 생물권 보호는 경제 논리와 부딪히는 것으로 여겨진다. 생물학자인 프라우케 피셔와 경제학자인 힐케 오버한스베르크는 ‘모기가 우리한테 해 준 게 뭔데?’(북트리거)에서 둘이 상충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생물을 보호하는 게 경제적 필요 때문이기도 하다는 점을 증명해 보인다.
생물다양성은 워낙 자주 언급되다보니 잘 알고 있다고 착각하게 된다. 생물다양성은 셋을 포함한다.종의 다양성과 유전자 다양성, 생태계 다양성이다. 종의 다양성은 좋아도 각각의 종 내 유전자의 다양성, 즉 개인적 특질이 부족한 동식물은 쉽게 멸종한다. 동종 교배가 흔해지고 병원체 활동이 쉬워지기 때문이다. 반대로 종의 수는 적고 유전적 다양성만 클 때도 생태계는 제대로 기능하지 못한다. 이는 이를테면 벽돌공과 요리사만 있는 도시와 비슷하다.
인간들에 의한 멸종은 자연적인 멸종률보다 무려 1000배가 높다. 그것도 인간종이 등장해 생태계에 개입한 8000년 안팎 사이에 대멸종을 부르고 있다.문제는 임계점에 달해 최후의 한 종이 사라지면 대멸종이 일어나는 티핑 포인트를 누구도 알 수 없다는 점이다.
저자는 생태계가 서로 연결돼 어떤 이로움을 주고 있는지 음식, 건강, 안전, 도시, 여행, 에너지, 기술이라는 주제를 살펴나간다.
무엇보다 우리가 먹는 음식은 다양한 생물로부터 오는데, 다양한 공급원에도 몇 종에만 의존하고 있다. 예를 들어 지구상에는 식물 38만 2000종이 살고 있고 20만 종이 식용 가능하지만 그 중에서 우리가 대량 재배하고 주로 먹는 것은 많아야 150종이며, 그 중 옥수수, 사탕수수, 쌀, 밀, 감자 등 9종이 66%를 차지한다. 축산도 마찬가지다. 세계적으로 지난 100년간 식량 다양성이 75% 줄었다.이는 특화된 병충해가 발생할 경우 품종의 전멸로 재난으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다.저자는 대제불가능한 땅의 보존을 위해 효율중심의 집약적 단일종 경작 대신 혼합형 농림업을 제안한다.
생물들은 ‘야생약국’으로 건강과 치료에 도움을 준다. 긴발가락개구리속의 피부조직은 황열병 병원체를 죽이는 단백질을 갖고 있고 태평양 원뿔달팽이는 자신만의 특이한 독을 갖고 있는데, 복용량을 잘 맞추면 매우 강한 진통제와 암 환자를 위한 통증 완화제로 쓸 수 있다.
온대지방의 습지와 열대지방의 맹그로브 숲이 거대한 이산화탄소 저장고 기능과 기후변화로 인한 홍수, 폭풍, 산사태 같은 위험 방지 및 깨끗한 물을 제공하는 건 잘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저자는 도시의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콘크리트 대체제 사용과 녹지 조성 등을 비롯, 돌아다니는 생물 다양성 파괴로서의 여행 등의 문제도 짚는다.
책은 모기 한 마리, 벌꿀 한 마리가 우리 생태계에 알게 모르게 미치는 영향에 주목, 우리의 생명과 안전, 경제에 직결돼 있음을 보여준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모기가 우리한테 해 준 게 뭔데?/프라우케 피셔·힐케 오버한스베르크 지음, 추미란 옮김/북트리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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