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재세 논의에 이유있는 항변
정제마진 개선 등 상반기 호조
그룹 전체 혹한기 극복에 기여
미래사업 전환에 중심적 역할
“타업종엔 적용안해” 형평성 제기
법인세 납부 ‘이중과세’ 논란도
국내 정유사들이 국제유가 상승, 정제마진 개선, 수출물량 급증 등의 영향으로 상반기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벌써 작년 연간 흑자 규모를 넘어섰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초과이윤에 대해 징수하는 이른바 횡재세 논의에 다시 고삐를 당기는 분위기이지만, 기업 추가이익에 대한 환수 조치를 놓고서는 여전히 논란이 적지 않다. 또 올 들어 글로벌 경기 둔화 영향으로 정유사들이 각자 속한 그룹에서 차지하는 이익 비중이 확대됐는데, 정유 부문 이익이 그룹 전체의 혹한기 극복과 미래사업 전환에 기여하고 있다는 측면에서도 평가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17일 각사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S-OIL 등 국내 정유 4사의 올 상반기 영업이익은 12조3203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작년 상반기(3조8995억원)보다 215.9% 증가한 수준이다.
상반기 SK이노베이션은 정유사 중 최대인 3조9783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SK에너지 등 석유부문(3조7358억원)이 SK이노베이션 전체 이익의 94%를 차지했다. 1분기 기준 SK이노베이션은 그룹의 전체 영업이익(7조원)에서 24%를 담당, 기여도가 계열사 중 SK하이닉스(41%) 다음으로 높았다. 매출 기준으로는 SK이노베이션(16조원)이 전체의 36%를 담당, 계열사 중 최고를 기록했다. 2분기에는 SK이노베이션의 실적이 더 개선됐기 때문에 매출·이익 비중은 더 올라갔을 것으로 보인다.
GS그룹에서도 GS칼텍스의 영향력이 크다. GS그룹의 지주사인 ㈜GS는 올 상반기 2조7705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GS칼텍스는 같은 기간 3조2133억원의 이익을 냈는데, 지분구조상 50%만 ㈜GS실적에 반영되기 때문에 1조6067억원의 이익을 기여한 셈이다. 비율로 따지면 58%다. GS칼텍스의 상반기 매출은 ㈜GS의 75%를 담당했다.
현대중공업그룹의 지주사 HD현대는 올 상반기 2조409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자회사인 현대오일뱅크는 동 기간 이보다 높은 2조748억원의 이익을 기록했다. 현대오일뱅크의 이익 비중이 100%를 넘는데, 현대오일뱅크를 제외할 경우 HD현대는 적자로 돌아선다는 뜻이다. 현대중공업그룹 입장에서는 주력 사업인 조선 부문이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유가 이를 대부분 만회해주고 있는 상황이다.
정유사들의 고공 실적을 두고 국회에선 횡재세가 검토 중이다. 횡재세란, 기록적인 국제유가 상승 등으로 정유사들이 예상을 뛰어넘는 초과수익(횡재)을 거뒀기 때문에 일정 부분을 세환급하는 것을 가리킨다. 하지만 정유사들은 석유제품이 서민경제와 직결된 필수 소비재라는 이유만으로 타업종에는 적용하지 않는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부당하다고 반발하고 있다. 업종간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또 이런 논리라면 재작년 코로나19에 따른 수요 급감으로 연 5조원에 달하는 적자가 발생됐을 때에도 정부가 손실 보전을 해줬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손실에 대해서는 외면하고 수익에 대해서만 개입하는 것은 공정성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이미 정유사들은 수입에 연동된 법인세를 납부하고 있기 때문에 이중과제 논란도 제기될 수 있다.
아울러 정유사들은 내수보다 수출 비중이 높기 때문에 국내 제품에 대해서만 가격을 떨어뜨릴 경우 자칫 대내외 시장 교란이 발생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럴 경우 해외 바이어들로부터 신뢰를 잃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횡재세 도입시 정유사는 생산할수록 이익이 줄어들게 되므로 공급을 줄일 가능성이 높다. 이럴 경우 횡재세 도입 후 석유제품 가격이 더 오를 수 있고, 이는 횡재세를 유명무실하게 만들 수 있다는 주장이다. 서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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