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작성한 정윤회씨 동향보고 문건 유출 사건이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 이 문건은 정씨가 최측근 비서관들과 김기춘 비서실장의 거취를 논의하는 등 국정에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워낙 민감한 사안이라 박근혜 대통령 측근 세력간 권력 다툼이란 분석도 나오는 등 예사롭지 않은 흐름을 타고 있다. 정치권이 가만 있을리 없다. 새정치연합은 이번 파문을 대형 권력 스캔들로 규정하고 대규모 진상조사단까지 꾸렸다.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은 아예 “상설특검 1호로 다뤄야 한다”며 정치 쟁점화에 부심하는 모습이다. 반면 새누리당은 ‘질 낮은 정치공세’라며 청와대 비호에 나섰지만 야당의 공세를 누그러뜨리기엔 역부족이다.
이번 파문이 연일 증폭되고 있는 것은 그 동안 소문만 무성했던 정씨와 청와대 실세 비서관들인 이른바 ‘문고리 권력’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사건이 불거지자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즉각 ‘찌라시 수준’에 불과하다고 일축했지만 그렇게 단순히 볼 일이 아니다. 실제 그들이 국정에 개입하는 행태를 보였는지 여부를 먼저 가리고 이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이미 정치권과 행정부 일각에선 이들이 국정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이런 의혹이 불식되지 않으면 이번 같은 일들이 정권 내내 일어날 것이다. 소모적 정쟁, 정권에 대한 불신, 조기 레임덕 등 측근 실세의 준동이 어떤 혼란과 폐해를 가져오는지 우리는 지난 정권들에서 숱하게 봐 왔다.
더 어처구니 없고 한심한 것은 청와대 안팎의 문란한 기강이다. 우선 공직자 비리 등을 담은 대외비 문건이 박스채로 외부에 유출됐다는 것 자체가 청와대 기강이 얼마나 엉망인지 잘 말해준다. 더욱이 청와대는 지난 4월 문건 유출 사실을 파악하고도 회수 및 관련자 문책 등의 조치없이 해당 비서관을 교체하는 정도로 어물쩍 넘어갔다고 한다.
무엇보다 박 대통령은 작금의 상황을 엄중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비선이 국정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툭하면 제기되고, 청와대 문건이 외부로 나도는 것에 대한 전적인 책임은 박 대통령 자신에게 있다. 동향 문건 유출 사건이 왜 갈수록 커지고 국민들이 걱정하는 것이 무엇인지 박 대통령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주변 측근들을 단도리하고, 국정 운영의 중심을 잡아 나갈 사람은 박 대통령 말고는 아무도 없다. 필요하다면 직접 설명하고 거명된 측근을 퇴진시키는 용단을 내려야 한다. 자칫 호미로 막을 일 가래로도 막지 못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