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수민 기자]계약 당사자가 자살하면서 계약 이행이 늦어졌다면 상속인이 연기에 대한 책임을 질 필요는 없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9부(부장 박이규)는 30대 여성 A 씨가 사망한 상대방의 미성년자 아들인 B 군을 상대로 낸 소유권이전등기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고 1일 밝혔다.

A 씨는 지난해 B 군의 어머니에게 19억4000만원 상당의 부동산을 구입하는 계약을 맺었다. A 씨가 이 중 2억원은 중도금 명목으로 미리 지급하고 잔금 17억4000만원은 연말까지 지급하면 B 군의 어머니가 관련 서류와 부동산을 모두 넘기기로 하는 내용이었다.

문제는 계약이 다 이행되지 않은 도중 B 군의 어머니가 자살하면서 계약 이행에 차질에 생기게 되면서 시작됐다. A씨는 자신이 잔금을 제공하였음에도 B 군 측이 소유권이전등기와 부동산 인도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B 군 측이 의무 이행을 지체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A 씨는 B 군의 어머니가 사망해 의무 이행 기일을 연기해 달라는 부탁을 받고 의무 이행 권한이 있는 사람이 선임될 때까지 이를 연장하여 주었고 그것으로 기한은 불확정적으로 정해졌다”며 “연장된 이행기가 도래하게 된 후에도 원고가 주장하는 대로 잔금 지급 의무를 행하였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어 B 군이 의무 이행을 지체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만약에 피고가 약속한 기한을 지키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사망한 B 군의 어머니가 기한 전에 자살했다는 사실을 채무불이행에 대한 귀책사유로 볼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A 씨에게 B 군 어머니가 사망한 이유를 제대로 알리지 않은 것이나 B 군이 미성년자여서 법정대리인 선임 과정에 시간이 걸린 사정 역시 귀책사유로 인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