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와 전 세계적인 경제성장 둔화 속에서도 일본 경제를 지탱 중인 가장 큰 축이라면, 역시 글로벌 경쟁력을 지닌 일본기업들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일본 중소기업청이 편찬한 ‘일본 중소기업 백서’에 따르면 일본기업은 2021년 기준 대기업(1.1만개)군과 중소기업군(359만개)으로 구성된다. 요즘 같은 세상에 아직도 팩스와 도장을 필수로 사용한다고 놀림당하는 일본 기업들은 최근 정부로부터 새로운 숙제를 해낼 것을 강하게 요구받고 있다. 그 숙제는 이미 어느 정도 익숙해진 용어인 DX(디지털전환)에 이어 GX(그린 트랜스포메이션·탈탄소화)와 EX(에너지 트랜스포메이션·화석연료 소비억제 및 신재생에너지 사용 확대)다. EX는 결국 DX와 GX를 과정 삼아 나아갈 최종 지향점이다. 메이지유신 때부터 ‘위로부터의 개혁’에 익숙한 일본 기업들은 자신들의 스타일대로 이 숙제를 풀어갈 방법을 찾고 있다.
일단 대기업들이 먼저 정부 방향에 맞춘 거시목표를 속속 제시하고 있다. 전기차 생산이나 이산화탄소 배출량에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듯했던 도요타자동차는 지난해 12월, 2030년까지 EV 전 세계 350만대 판매목표를 발표했다. 이는 1년간 도요타에서 발매되는 신차의 약 30%에 해당하는 양이다. 탄소중립(GX) 실현을 위한 적극적인 목표 제시에 나선 것이다.
일본 대표 상사 중 하나인 미쓰비시상사는 자체 과제로 2022년에 채굴 개시 예정인 페루의 광산 개발의 전 과정을 오로지 신재생에너지만을 사용해 진행하기로 했다. 전동화(DX)에 필요한 필수 금속인 ‘동’을 채취하는 전 과정을 신재생에너지만을 사용(EX)해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일본 대표기업들의 구체적인 움직임에 산업계는 술렁이는 모양새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GX리그’라는 탄소배출량 거래 참가기업 모임을 구성하고, 대표 기업 440개사를 참가시켜 기업 간 탄소배출권을 거래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 이러한 움직임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두 번째, 대기업들은 해외로부터의 협력과 조달을 찾는 스펙트럼을 적극적으로 넓히고 있다. 한 예로 무역관으로 접수되는 기간산업 분야의 일본 대기업들이 해외 조달 문의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급증했다. 6월 30일부터 2주간 진행됐던 ‘GP 오사카(Osaka) 전력부문 수출상담회’에서 보인 일본 20개 기업의 자세는 무척 진지하고 구체적이었다.
우리 기업들은 이런 기회를 놓치지 말고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일본 기업과의 비즈니스는 시작이 까다롭지만 일단 구축된 신뢰관계는 장기적이다. 현지 거점을 설립해야 하는 우리 부품기업들은 오사카무역관이 설치한 ‘오사카GP(Global Partnering)센터’ 입주가 매우 유용할 것으로 생각된다.
DX, GX 그리고 EX로 표방되는 변화들은 생존을 좌지우지하는 키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갈라파고스 생활을 하던 일본 기업들도 이제 물러날 곳이 없다. 이런 움직임이 ‘잃어버린 30년’을 끝내는 원동력이 될 지 주목해볼 일이다.
유예진 코트라 오사카무역관 부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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