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러누운 밤/홀리오 꼬르따사르 지음, 박병규 옮김/창비
〔헤럴드경제=이형석 기자〕라틴아메리카 단편 문학의 거장으로 꼽히는 훌리오 꼬르따사르(1914~1984)의 중단편선 ‘드러누운 밤’(창비세계문학39)이 최근 번역 발간됐다. 훌리오 꼬르따사르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국내에서 첫 출간되는 소설집으로, 국내 초역을 포함해 주요 대표작들을 망라했다. 이탈리아 영화 감독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의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인 ‘욕망’(Blow-up)의 원작 ‘악마의 침’을 비롯해 보르헤스가 주관하던 잡지에 발표하며 단편소설가로서 주목받기 시작한 ‘점거당한 집’, 작가의 유일한 중편소설로 재즈음악가 찰리 파커의 삶을 모티프로 삼은 ‘추적자’ 등 15편의 작품이 실렸다.
출판사에 따르면 꼬르따사르는 단편소설에 대해 “환상성이 거처하는 집’이라고 했는데, 그의 작품 세계는 실재와 환상의 섞임, 모호함과 구멍투성이의 묘사로 특징지워진다. 인물과 사건, 배경에 대한 의도적으로 감추거나 공백 상태로 놓아둠으로서 독자들에게 불안하고 혼란스러우며 불가해한 세계에 대한 새로운 인식의 지평을 얻게 한다.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세계와는 다른 모호하고 불투명한 이야기가 새로운 소설의 재미와 상상의 자유, ‘말 너머의 세상’으로 인도한다.
수록 작품에는 ‘빠리의 아가씨에게 보내는 편지’ ‘먼 곳의 여자’ ‘시내버스’ ‘맞물린 공원’ ‘키클라데스 제도의 우상’ ‘아숄로뜰’ ‘드러누운 밤’ ‘어머니의 편지’ ‘비밀 병기’ ‘남부고속도로’ ‘정오의 섬’ ‘불 중의 불’ 등도 포함됐다.
훌리오 꼬르따사르는 1914년 벨기에 브뤼셀에서 아르헨티나인 부모 사이에서 태어나, 4살이 되던 1918년 아르헨띠나로 돌아와 부에노스아이레스 근교에 정착했다. 어린 시절에는 쥘 베른 등 환상적인 성격의 작품을 즐겨 읽었으며, 이같은 독서경험은 다양성과 이질성의 세계, 우연성과 예외성을 포함하는 삶이라는 세계관을 형성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 1937년부터 지방의 중등학교와 대학교에서 교사로 일하는 한편 창작활동에 전념, 1938년 ‘훌리오 데니스’라는 필명으로 쏘네트집 ‘현존’ 을 첫 출간했다. 38세가 되던 1951년에 첫 환상문학 단편집 ‘동물 우화집’을 펴내고, 직후 프랑스 정부 장학금을 받고 파로 건너가 유네스코 번역사 등으로 일하며 평생을 보냈다. 작가 스스로 ‘환상문학의 철학’이라고 일컬은 독특한 장편소설 ‘팔방놀이’(1963)와 단편집 ‘놀이의 끝’(1958) ‘비밀 병기’(1958) ‘불 중의 불’(1966) 등을 발표했다. 만년에는 쿠바 혁명을 지지하고 아옌데 정부를 지원하는 등 라틴아메리카의 정치사회 현실에도 적극 발언하고 참여했다.
